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라이프트렌드2018] '가짜'에도 격이 있다는데...

■김용섭 지음, 부키 펴냄



제모는 더 이상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 아이돌 가수와 배우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브라질리언 왁싱(성기와 항문 주위의 체모를 제거하는 것)을 했다고 당당하게 드러낸다. 남성들은 이제 영구 수염 제모를 하고 그 위에 자신의 개성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가짜 수염을 붙인다. ‘털’이라는 신체적 특징도 제모, 염색, 가짜수염 등을 이용해 자신이 다룰 수 있음과 더불어 자신의 몸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결정권이 사회가 아니라 ‘개인’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사례다.


한 사회에서 형성되는 트렌드들은 각각 개별적인 사안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신문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면이 구분돼 있지만, 어떤 관점으로 읽느냐에 따라 정치기사가 경제·문화기사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과 같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 경영전략 컨설턴트인 저자는 트렌드를 분석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 바라보기보다는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2018년의 라이프 트렌드를 12명의 사람과 19가지 문제의식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연관성 없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단서를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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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양한 트렌드를 관통하는 매개체로 ‘가짜’를 꼽았다. ‘가치 있는 가짜’, ‘격이 다른 가짜’를 추구하는 이들은 새로운 미래를 만나기 위해 과거의 관성과 선입견을 과감히 버린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제모·가짜수염’과 함께 또 다른 ‘격이 다른 가짜’의 예로 저자는 ‘인공 달걀’을 소개한다. 시멘트와 페인트로 만든 중국의 가짜 달걀 뉴스를 접한 사람이면 ‘인공 달걀’이란 단어에 선입견부터 가지겠지만, 빌 게이츠는 자신의 웹 사이트에서 ‘인공 달걀’을 극찬했다. 물론 이 인공 달걀은 시멘트로 만든 게 아니라 완두콩과 수수 등 10여가지 식물로부터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비욘드 에그’다. 발 게이츠는 이 달걀을 ‘맛과 향이 달걀과 똑같을 뿐 아니라, 영양학적 가치도 높다’고 강조했다.

‘비욘드 에그’의 개발사 햄튼 크릭 푸드는 이 인공 달걀을 통해 2억2,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 한해 한국인들이 조류독감으로 인한 닭의 대량 살처분과 이로 인한 달걀값 폭등에 놀랐고, 살충제 달걀에 또 한번 놀란 것과 비교된다. 진짜 달걀이 아니면 어떤가. 맛과 영양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비인도적 동물 사육도 배제할 수 있다면 ‘에그포비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1만6,0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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