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배송추적] 지구 열 바퀴 돈 물건이 도착하기까지...'배송의 모든 것'

■에드워드 흄스 지음, 사회평론 펴냄

스마트폰·커피 등 모든 제품에는

스펙타클한 물류의 세계 숨어있어

항공기·선박·車 거쳐야 우리손에

편리한 '도어투도어' 기적 뒤엔

저임금·대기 오염 등 문제 산적



피자는 음식이고 스마트폰은 통신기기요, 커피는 음료이고 커피를 담는 캔은 용기다. 얼핏 보면 전혀 공통점이 없을 듯한 피자와 스마트폰, 커피와 캔엔 하나로 관통되는 무엇이 있다. 바로 물류다. 피자의 식재료들과 스마트폰의 부품들, 커피의 원두와 캔의 원자재는 지구 곳곳에 포진한 생산지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한 배송망을 통해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상품의 생산과 소비 뒤의 베일에 싸인 세계, 그것이 바로 물류와 배송의 세계다.

‘102톤의 물음’을 통해 평균적으로 미국인 한 사람이 평생 102톤의 쓰레기를 버린다는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흄스는 이번엔 ‘배송 추적’에서 도어투도어(door to door)라는 아주 방대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오늘날 세계는 전 세계적으로 매일 수천만 명이 이동하고 수억 개의 물품이 항공기와 선박과 자동차를 거쳐 운송된다. 단 하루치의 세계 상품의 이동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를 합친 것보다 더 규모가 크고, 피라미드와 후버 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하루 만에 짓는 것에 비견될 정도다. 이렇듯 도어투도어 세계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다.



저자가 안내하는 도어투도어의 세계는 아이폰의 알람 소리와 함께 열린다. 아이폰 한 대를 만들기 위한 모든 부품들의 이동거리를 합치면 38만6,000킬로미터가 된다. 지구를 여덟 바퀴 가량 도는 기나긴 여정이다.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이처럼 광대한 공급사슬망(supply chain)이 바로 애플 신화의 1등 공신이다. 스티브 잡스가 일찍이 물류 전문가인 팀 쿡을 후계자로 낙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 여정은 모닝 커피를 마시고 탄산수 캔을 버리는 등의 일상 속에 숨겨진 도어투도어 세계다. 이 사소한 일상품들 역시 전 세계를 몇 바퀴씩 돌고 돌아 내 손에 들어오는 광경이 생생한 설명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예컨대 “내가 13일의 금요일에 끓이는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이르가체페 마을에서 나온 생두로 하이 로스팅을 한 것이다.…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지나…지중해를 횡단해 지브롤터해협을 지나 대서양에 이른다.…파나마운하를 지나 태평양에 들어선 후 북서쪽으로 돌아 캘리포니아로 간다”는 식이다.


도어투도어 세계의 또 다른 축으로 사람을 이동시키는 교통수단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매우 비판적이다. 자동차 사고로 미국에서 죽은 사람이 베트남전쟁, 한국전쟁,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미국 독립전쟁, 미·영전쟁 동안 죽은 사람보다 많다는 주장만 봐도 그렇다. 더 나아가 “투자사인 모건스탠리는 ‘자동차를 세계에서 가장 저활용된 자산’이라고 부른다. 자동차가 그냥 서 있는 시간의 비율이 평균 92%나 되기 때문”이라며 자동차의 비경제성까지 단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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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현대 물류와 운송 기술의 기적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계산대에서 느끼는 낮은 가격에 대한 쾌감을 주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우리는 문을 닫는 국내 공장, 낮아진 임금, 줄어드는 중산층, 도로와 교량 보수에 필요한 자금 부족, 대기오염에 따른 보건과 환경 비용 등의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끝으로 그는 지금의 도어투도어 세계는 지옥과 천국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한 뒤 묻는다. 끈질긴 습관과 심각한 정체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정부나 기업의 대대적 혁신 또는 개인의 매일매일 일상 속 작은 선택을 통해 타성에 벋어날 것인지. 하지만 우리가 싫든 좋든 거대한 변화가 도래하고 있음을 미국의 교통학자 데이비드 레빈슨의 말을 빌려 강조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느리게 움직였다. 그러나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격변에 넘어지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안전띠를 단단히 고쳐맬 필요가 있다. 1만6,000원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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