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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양현석이 사랑한 ‘믹스나인’, 대중도 사랑할까

“YG가 제작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점이 바로 ‘믹스나인’의 차별성이다”(양현석)

그의 말대로다. JTBC에서 선보인 새 오디션 프로그램은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 양현석의 입김에 많은 것이 결정됐다. 그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있다. 이번에 만들어질 그룹은 보석함에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앞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양현석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면 JTBC ‘믹스나인’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그는 “10년 전부터 다른 가수에게 YG의 음악을 입혀보면 어떤 색이 나올까 궁금했다”며 “그 생각을 ‘믹스나인’을 통해 이루게 됐다”고 밝혔다. 확실히 앞서 아이돌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프로듀스 101’처럼 국민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아이돌은 아니다.

/사진=서경스타 DB/사진=서경스타 DB


그가 말했듯, 연습생 평가에는 YG의 색이 짙게 들어간다. 연습생들이 부를 주제곡은 테디가 만들었고 심사위원에는 빅뱅 승리와 태양, CL, 자이언티가 포함됐다. 모두 YG 소속이다. 이들과 양현석이 비슷한 의견을 가지리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믹스나인’ 제작진은 “심사 내내 태양과 승리의 의견이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와 많이 겹쳤다”고 전했다.

그 중 양현석의 입김은 독보적이다. 우선 타 기획사 대표를 직접 만나고 그들 앞에서 연습생을 평가한다는 것부터 그렇다. 대형 기획사인 YG가 아니라면 시도할 수 없는 포맷이다. 양현석은 YG에서 독립한 용감한 형제가 만든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도, 함께 SBS ‘K팝스타’에서 심사를 봤던 JYP 엔터테인먼트의 문턱도 쉽게 넘는다. 가히 YG 다운 자신감이다.

과거 심사위원 경험이 있는 양현석은 ‘믹스나인’에서 더욱 냉철해졌다. 여러 기획사 대표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들의 연습생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이 같은 심사가 이어지면서 ‘막말 논란’도 불거졌다. 28세 참가자 김소리에게 “은퇴할 나이 아니야. 즐길 때가 아니다. 코코소리? 1집 내고 망했잖아. 되는 것 없는데 하는 것만 많다”고 말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양현석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K팝스타’는 아마추어에다 어린 친구들이 많아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조금 불편한 것도 있었다”며 “‘믹스나인’은 연습생 생활을 1~2년부터 길게는 5~6년까지 한 친구들이다. 데뷔를 했다 잘 안된 친구도 있다. 동업자의 입장에서 신랄하게 평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마디로, 아이돌의 꿈을 키우고 이미 어느 정도 연습이 된 참가자들이기 때문에 더욱 혹독하게 진심을 담아 비판했다는 뜻이다. 다만 “‘믹스나인’ 촬영 후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다”고 말한 그가 ‘막말 논란’ 이후에도 여전히 마음 편할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리 진심이 담긴 비판이더라도 지켜야 하는 선이 존재함을 이번 기회에 실감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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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이 자신한 ‘믹스나인’의 장점은 또 있었다. 그는 “방송사에 좋은 음악 프로그램이 많지만 저희의 경쟁력은 이런 일을 늘 하던 사람이라는 거다”라며 “(YG가) 빅뱅 서바이벌을 통해 한국에서 먼저 서바이벌을 시작했다. ‘슈퍼스타K’와 ‘K팝스타’도 했었기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 경험이 많은 것이 경쟁력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JTBC/사진=JTBC


확실히 양현석은 심사위원으로서 매우 노련하다. 이 점은 앞서 ‘쇼미더모니’ ‘프로듀스 101’ 등을 연출한 한동철 PD의 역량과 맞물려 더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가장 ‘쫄깃한 순간’인 합격자를 호명하는 부분에서 강약조절을 할 줄 알았다. 떨어트리는가 싶다가도 간신히 합격시키는 등 연습생과 그를 응원하는 이들을 벼랑 끝에 몰았다가 구원의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양현석이 계속 강조해왔던 것과 같이 ‘믹스나인’에서는 연습생들의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외모 등 매력까지 평가한다. 아이돌그룹을 만들 것이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준비된 자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실력과 매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주관적인 기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 심사위원을 여럿 섭외하고 관객 평가단을 준비한다. 양현석이 출연했던 ‘K팝스타’만 해도 세 기획사에서 참여했다. 그러나 ‘믹스나인’은 철저하게 YG의 시각에서 움직인다. YG 연습생만을 대상으로 한 ‘WIN’ ‘MIX & MATCH’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믹스나인’은 서로 다른 기획사의 연습생이 모여 새로운 팀을 꾸려야 하니 말이다.

대형 기획사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고 기획사의 수장이 직접 심사에 나섰다. 현재까지 양현석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연습생들의 당락을 좌우하고 있다. 지금껏 자신이 YG에서 해왔던 것을 타 기획사 연습생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분명 연습생들에게는 이미 소속된 회사가 있음에도 ‘이번 기회, YG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양현석, 또는 ‘믹스나인’의 선택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현 시점에서 판단해보자면 아직은 ‘글쎄’다. 첫 회에서 1.9%(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믹스나인’은 2회에서는 그보다 더 하락한 ‘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더 유닛’의 시청률이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아이돌 오디션의 원조인 ‘프로듀스 101’는 국민의 선택을 강조하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아이돌이라는 것에 열광했다. 아무리 대형 기획사의 수장이라고 해도 모든 대중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마음에 든 그 팀이 대중의 마음에도 들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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