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DMZ 방문 취소 하잔 참모 건의 다섯번 물리친 트럼프 대통령

지난 8일 비무장지대 깜짝 방문 추진하던 중

극심한 안개로 용산으로 회항했지만

숙소 호텔로 돌아가자는 참모들 건의를

"10분만 더", "다시 생각하라"며 여러 차례 물리쳐

1시간 넘게 실랑이하다 기상상황 안 풀려 결국 포기

일정 취소 회한을 11일 베트남 만찬서도 여러번 표출

靑 "한반도 평화 의지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평가

문 대통령도 운무로 인해 육로로 먼저가 도착했다가

DMZ 공동방문 취소되자 아

“10분만 더”

지난 8일 오전 8시 무렵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숙소인 호텔로 돌아가자던 참모들의 보고를 받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이 같은 지시가 내려졌다. 비무장지대(DMZ) 깜짝 방문계획이 심한 안개로 어렵게 됐지만 기상 여건이 좋아질 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한 것이다. 참모들은 이후 10여분 간격으로 기상상황을 여러 번 살폈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자 호텔로 복귀를 재차 종용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하고 (기상 상황을) 체크해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이 같은 참모진의 건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재고 지시가 이뤄지기를 약 다섯 차례. 기상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질 않자 오전 9시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DMZ 방문을 포기하며 안타까움을 삭여야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의 11일 언론브리핑 등을 통해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DMZ 깜짝방문 불발’의 전말이다. 앞서 당일 오전 7시45분께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용산기지를 향하다가 운무로 안전비행이 어렵게 되자 7시55분 무렵 경기도 일산 일대 상공에서 용산기지로 회항했다. 그럼에도 곧바로 DMZ행을 포기하지 않고 약 1시간 가량이나 참모진의 만류를 물리치며 줄다리기를 했다는 게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방한일정의 회한을 이틀후 베트남 다낭에서 표출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전야제로 열린 ‘갈라 만찬’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DMZ에 꼭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여러 정상들에게 여러 차례 했다고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11일 다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했을 때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진지한 의지를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며 DMZ 깜짝 방문 추진의 배경을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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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DMZ행을 제안했던 것은 문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첫날인 지난 7일 청와대 국민 만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8일 판문점 방문을 계획했는지 묻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이 좋은 생각인 것 같으냐”고 묻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내어 가신다면 동행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께서) 같이 가신다면 아주 좋을 것 같고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함으로써 한미정상의 공동 DMZ방문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7시1분 청와대에서 전용헬기를 타고 DMZ로 향했다고 한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려 했던 셈이다. 문 대통령 역시 심한 안개로 비행이 힘들게 되자 경기도 파주시의 한 육군 항공부대에 7시 15분무렵 착륙한 뒤 기다렸다가 차량을 타고 7시45분경 다시 DMZ로 향했다.

문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막 임진각 인근을 지날 무렵이던 7시55분 미측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일산 회항’이 문 대통령측에 전해졌다. 이에 수행 중이던 임종석 비서실장과 송영무 국방장관, 정경두 합참의장, 박 대변인이 잠시 차량을 멈춰 5분간 긴급 회의결과를 벌였다. 회의 결과 그대로 DMZ로 향하기로 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 오지 못하면 DMZ 현장에서 문 대통령만의 공식 단독행사는 갖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동을 다시 시작해 오전 8시 16분무렵 공동경비구역(JSA)의 ‘올렛OP’에 도착해 전방을 살핀 뒤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후 9시 5분께에도 기상상황이 좋아지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DMZ행이최종적으로 어렵게 됐다는 미측의 연락이 와서야 문 대통령은 아쉬움으로 삭이며 육로로 청와대에 복귀했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DMZ 방문 의지를 강하게 보였던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한편으로는 안개를 뚫고 긴박하게 DMZ일정을 추진해야 했던 긴장감과 일정 취소의 허탈감이 교차하면서 ‘팽팽했던 고물줄이 딱 끊어질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회상했다. /다낭=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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