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법집행체계 개선 테스크포스(TF)가 “가맹법·유통업법·대리점법에서 전속고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불공정 행위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TF 논의결과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취지는 경쟁법 집행에 경쟁의 원리를 도입한다는 것”이라며 “공정위가 공정거래와 관련된 법 집행 독점 권한을 다양한 주체들에게 분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TF는 우선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상 전속고발제는 폐지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공정위는 독점하고 있는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해 불공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다른 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이 검찰에 바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공정위는 가맹법 등 유통 3법부터 순차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세 분야에서 먼저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불공정행위 근절이 시급한데다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 고도의 경제분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도급법과 표시광고법은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커 단일안으로 의견이 확정되지 못했다. 가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공정거래법상의 전속고발제 폐지는 쟁점이 많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12월에는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자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행 제도로는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본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공정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다만 사인의 금지청구제의 도입범위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한정할 지, 모든 위반행위에 도입할 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려 복수안을 국회에 제안할 방침이다.
가맹분야에 있어 공정위가 독점해오던 조사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분담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전국 4,200여개 가맹본부를 공정위의 소수 인력이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지역에서 행정수요가 많은 분야여서 지자체와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선 광역지자체 17개에 가맹사업법 집행을 위한 조사권과 처분권을 부여하자는 데는 합의에 이르렀다. 다만 방식에 있어서는 두 가지 안이 제시돼 향후 국회에서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태료 대상 위반행위는 지자체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강도가 센 위반행위는 공정위가 나눠맡는 ‘분담방식’과 모든 위반행위를 지자체와 공정위가 공동으로 책임지되 처분 권한에 차등을 두는 ‘공유방식’이 있다.
이 밖에도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가기준율 상한을 지금보다 2배 수준으로 늘리고, 현재 하도급법과 가맹법, 대리점에만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정거래법과 유통업법에 신규 도입하고 그 수준도 확대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공정위는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국회가 관련 법안을 논의할 때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간 보고서는 국회가 법안을 심의할 때 참고자료 성격이 강하다”며 “최종 결정 권한은 국회에 있지만 이 내용을 토대로 국회 법안 소위에서 공정위의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