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김상조 "재벌, 법 어기면 다 고발"... 공정위發 '제재한파' 예고

반사회적 행위 징벌적 손배상한액 현재 3배서 최대 10배로

가맹사업 분야 공정위 독점조사권 지자체 분담 방안도 논의

'공정거래·하도급법 전속고발권' 폐지는 아직 입장 못정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 법집행체계개선 T/F 중간보고서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 법집행체계개선 T/F 중간보고서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법 집행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제시한 주요 방안들은 근본적으로 “불공정 거래행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전속고발권을 독점해왔는데 이 때문에 불공정 행위 처벌에 대한 사각지대가 생기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인데 “처벌은 강력하게 하되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은 공유하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고유권한이다.

첫 번째 대답, ‘처벌 강화’다. 특히 김 위원장의 ‘자연인 고발 확대’ 방침은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는 데 상당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화되면 법을 위반해도 법인 뒤에 숨어 처벌을 피했던 윗선의 자정 노력이 커질 수 있고 기업의 실무자들 역시 상부의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불공정 행위를 한 사람이 페널티를 받을 때 그 행위를 다시 하지 않게 되는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합·보복 등 반사회적 행위에 적용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피해액의 최대 10배로 올리는 방안도 강력하다. 현재 상한선은 ‘3배’다. 기업들의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는 동시에 피해구제 효과를 노리며 피해자들의 신고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아직 도입이 안 된 공정거래법과 유통업법에는 신규 도입하고 현재 도입돼 있는 하도급법과 가맹법·대리점법에서는 확대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반사회적 의미가 강한 고의적인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선별해서 10배까지 부과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정위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할 공산이 크다.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 수준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부과기준율 상한을 담합은 10%에서 20%로, 시장 지배력 남용의 경우는 3%에서 6%로, 불공정 거래행위는 2%에서 4%로 늘릴 방침이다.

김 위원장이 ‘처벌 강화’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재벌들, 법 위반행위 하면 다 고발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재벌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또 이러한 방식에 대해 이중처벌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두 번째 대답은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의 분산이다. 공정위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다른 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효과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우선 가맹법과 대리점법·유통업법 등 유통 3법상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회 통과까지 이뤄지면 지난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탄생한 전속고발제가 36년 만에 공정위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 분야의 경우 상대적으로 처벌조항이 적고 복잡한 경제분석이 필요 없어 굳이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공정위가 이에 대한 벽을 처음으로 허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가맹본부의 ‘갑질’을 제재하는 가맹사업법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415건의 사건 중 단 2건만 고발처분이 내려질 정도로 실적이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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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가맹 분야에 있어 공정위가 독점해오던 조사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분담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전국 4,200여개 가맹본부를 공정위의 소수인력이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지역에서 행정 수요가 많은 분야여서 지자체와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태스크포스(TF)는 불공정 행위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본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공정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선해 ‘갑질’ 피해의 구제 창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아직 답을 주지 못한 부분도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과 주로 관련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오는 12월까지 폐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한다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만만찮아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문무일 검찰총장과 이달 중순에 만날 계획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의 전제조건으로 형벌조항을 어떻게 정비할 것이고 특히 담합 사건에서 리니언시(자진신고)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총장과의 회동에서 리니언시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공정위는 담합 사건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데 담합에 참여한 기업의 자진신고에 대부분을 기대고 있다. 문제는 공정위만 독점하던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을 검찰도 갖게 되면 자진신고한 업체까지 검찰이 기소할 여지가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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