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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오네긴'으로 은퇴하는 부부 무용수 황혜민·엄재용] "연기·테크닉..마지막 열정 쏟아부어야죠"

24·26일 두차례 무대 올라

"가장 애정 느끼는 작품

공연 끝나면 눈물 나겠죠"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에서 회한의 파드되(2인무)를 추는 엄재용, 황혜민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에서 회한의 파드되(2인무)를 추는 엄재용, 황혜민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에게 보낼 편지를 쓰다가 잠이 드는 타티아나. 꿈속에서 거울을 바라보던 타티아나의 눈앞에 짝사랑하는 오네긴이 나타난다. 평소 차가웠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오네긴의 눈길, 손짓 하나하나에 사랑의 감정이 배어난다. 오네긴과 사랑을 나누며 환희에 찬 듯 춤을 추는 타티아나. 가냘픈 타티아나의 몸이 오네긴의 손 위에서 깃털처럼 날아오른다. 역동적이면서도 애절한 ‘거울 파드되(2인무)’가 이어지다 오네긴은 다시 거울로 사라지고 홀로 남은 타티아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오네긴’의 하이라이트인‘회환의 파드되’를 연습중인 황혜민, 엄재용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오네긴’의 하이라이트인‘회환의 파드되’를 연습중인 황혜민, 엄재용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24일 ‘오네긴’의 개막(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앞둔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은 막바지 무대 준비로 뜨거웠다. 극 중 순수한 시골 귀족 처녀인 타티아나와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의 사랑은 엇갈리지만 이 배역을 맡은 수석 무용수 황혜민(39)과 엄재용(38)은 실제 사랑의 결실을 맺은 부부다. 선화예고 재학 시절부터 서로를 지켜보고 있던 두 사람은 유니버설 발레단 입단 후 연인이 됐고 10년 열애 끝에 2012년 결혼하며 최초의 현역 수석 무용수 부부가 됐다.


이번 오네긴 무대는 두 사람에겐 네 번째 무대. 유니버설 발레단이 ‘오네긴’을 레퍼토리로 선보인 2009년 이후 모든 무대에 두 사람은 주인공 타티아나와 오네긴을 연기했다. 자다가도 춤을 출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작품이지만 이번 무대는 두 사람에게 더 없이 소중하고 특별하다. 두 사람의 은퇴 무대이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오네긴’의 하이라이트인‘회환의 파드되’를 연습중인 황혜민, 엄재용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오네긴’의 하이라이트인‘회환의 파드되’를 연습중인 황혜민, 엄재용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은 “드라마 발레의 정수를 담은 ‘오네긴’은 연기부터 테크닉까지 무용수가 가진 모든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며 ‘오네긴’을 고별 무대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원 시절의 강수진 국립무용단 단장을 포함해 다이애나 비쉬네바, 이리나 디보로벤토 등 세계적인 발레리나들이 ‘오네긴’ 무대를 끝으로 은퇴했다. 그만큼 무용수들에게 ‘오네긴’은 특별한 작품이다.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랑코가 안무하고 작곡가 쿠르트-하인츠 슈톨제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곡을 재편집해 탄생한 발레 ‘오네긴’은 크랑코의 안무작 가운데서도 서정성과 심리묘사가 탁월해 고난도의 표현력을 요하는 작품이다. 보통 연륜 있는 무용수들만이 이 작품을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오네긴’의 하이라이트인‘회환의 파드되’를 연습중인 황혜민, 엄재용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오네긴’의 하이라이트인‘회환의 파드되’를 연습중인 황혜민, 엄재용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엄재용은 대학원 석사 논문을 ‘오네긴’을 주제로 썼을 정도로 이 작품에 애정이 많다. 그는 “가장 애정을 느끼는 작품이기도 하고 오네긴을 무대에 올리며 느꼈던 점들을 후배들에게도 전수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논문 주제로 택했다”며 “우리 부부의 은퇴작이 ‘오네긴’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미소 지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이 호흡을 맞췄던 전막 공연횟수는 무려 910여 회가 넘는다. 국내외 갈라 공연까지 포함하면 1,000회 이상 한 무대에 섰다. 황혜민·엄재용 부부는 24일과 26일 두 차례 무대에 선다. 두 사람이 함께 추는 마지막 춤이다. 마지막 무대를 떠올리던 황혜민의 눈이 그렁그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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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오네긴’의 하이라이트인‘회환의 파드되’를 연습중인 황혜민, 엄재용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오네긴’의 하이라이트인‘회환의 파드되’를 연습중인 황혜민, 엄재용 커플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처음엔 시원섭섭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에요. 연습 시간도 정말 소중하고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예요. 공연이 끝나고 나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겠죠.”(황혜민)

은퇴 후 황혜민은 휴식과 2세 계획에 전념할 계획이다. 엄재용은 유니버설발레단에서만 은퇴할 뿐 외부에서 다양한 무대를 찾아 나설 예정이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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