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초대형 투자은행 5개사 출범...증권사도 단기 금융업 진출

금융위, 미래에셋대우 등 지정

발행어음 인가는 한투證만 받아

확정금리 제시 어음 판매 가능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지향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 5개사가 출범했다. 초대형 IB의 핵심업무인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만 받았다. 증권사에 단기금융 업무라는 새로운 업무영역이 열린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어 자기자본 4조원 조건을 충족하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로 최종 지정했다. 다만 신청사 중 한국투자증권만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했다. 지난 1일 한투증권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건만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바 있다. ★본지 11월2일자 1·23면 참조


초대형 IB 지정 인가는 정부가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며 2011년 자본시장법을 통합하고 IB 육성 계획을 발표한 지 6년4개월 만의 일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 결정과 관련해 “이번 인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증권사와 금융 당국 모두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투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100%(2배)를 조달할 수 있다. 한투증권의 자기자본 4조3,450억원(올해 6월 말 기준)의 2배인 8조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 중 50% 이상을 기업 대출이나 비상장사 지분 투자, 회사채 인수 등과 같은 기업금융에 써야 하고 30% 이하는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나머지는 유동성으로 확보해야 한다. 기업금융으로 분류되는 자산은 기업 대출·어음 할인과 매입, 발행 시장에서 직접 취득한 기업 증권, 유통 시장에서 취득한 코넥스 주식과 A등급 이하 회사채 등이다. 발행어음 금리는 연 1% 후반대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올 9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1.5%, 국고채 금리가 1.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발행어음 약정 금리는 1.8%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증권사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단인 환매조건부채권(RP)은 물론 은행 1년 정기예금, 국고채 금리 등의 1% 중반 수준보다 높아 금리 경쟁력을 가진다는 평가다.

한투증권의 자체 분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날 금융위 발표가 난 뒤 서울 여의도 한투증권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남호 한투증권 사장은 “올해 남은 기간 최대 1조원까지 시장에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곧 연말이고 운용금리와 조달금리의 차이를 고려하면 수익이 생각보다 크게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한투증권이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역할의 스타트를 끊게 된 만큼 ‘금융 시장의 동맥경화를 해소하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사장은 “초대형 IB는 은행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기업금융 수요가 있다는 뜻”이라며 “이처럼 기업금융이 막힌 부분, 동맥경화를 뚫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초장에 모범을 잘 보여 제2호, 제3호가 나왔을 때 힘을 합쳐서 함께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투증권 측은 간담회와 별도로 발표한 자료를 통해 “기업 생애주기별 맞춤금융을 지원하겠다”며 “기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비상장주식 투자, 크라우드펀딩 주선, 신용공여 등을 제공하고 성장기에서는 기업공개(IPO) 및 주식과 채권 인수, 성숙기에서는 구조조정 자문 및 인수합병(M&A) 인수금융 등 맞춤형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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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KB증권에 대한 심사는 금융감독원에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또 다른 신청사인 삼성증권에 대한 심사는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보류 중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다른 신청사도 금감원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가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 5개 신청사 중 1곳만 초대형 IB의 핵심인 발행어음 인가를 받게 되면서 한국형 초대형 IB는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에 따라 외국환 서비스 등 기초적인 업무를 영위하면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4개 증권사는 대주주 적격성, 재무건정성, 금융제재 전력 등으로 심사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파급력’을 줄이려는 은행의 견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은행연합회는 “초대형 IB의 기업신용공여 대상을 ‘혁신기업’으로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으므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인가를 보류해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만일 국회에서 신용공여 범위가 축소되는 식으로 법이 바뀌면 이후 인가를 받는 신청 증권사는 물론 한투증권도 소급적용을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아예 해를 넘겨 내년에나 단기금융업을 위한 심사가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질 경우 삼성증권처럼 심사가 보류될 수도 있다.

/김광수·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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