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하늘 아래 첫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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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을 펼치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시로 중국 쓰촨성 간쯔 티베트자치구의 ‘리탕(理塘)’을 꼽는다. 고도가 해발 4,000m에 달하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더 높은 곳이 따로 있다. 페루 안데스산맥의 ‘라링코나다(La Rinconada)’가 그 주인공. 해발 고도는 무려 5,100m로 백두산(2,744m)의 두 배에 가깝다. 인간의 생존 한계 고도 6,000m와 1,000m도 차이가 안 난다. 말 그대로 ‘하늘 아래 가장 첫 동네’인 셈이다. 평균 기온이 1~2도에 불과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고 먹을 것마저 부족한 이곳에 사람들이 몰린 이유는 단 하나, 금광이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날이면 횡재할 수 있다는 기대에 오늘도 수많은 이가 인생역전을 꿈꾸며 고난의 광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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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들과 비교할 바는 아니나 우리나라에서도 고지에 있는 마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강원 태백에 가면 해발 1,000m에 있는 ‘귀네미 마을’ 풍경을 볼 수 있고 강릉에서도 비슷한 높이에서 사는 ‘안반데기’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픔의 기억’이다. 귀네미 마을 주민들은 1983년 광동댐 건설로 고향을 잃어버렸고 안반데기 주민 역시 강원도 산자락에서 화전민으로 살다가 정부에 의해 산꼭대기로 내몰렸다. 지금은 고랭지 채소 재배로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7가구에 달했던 귀네미 마을의 가구 수는 이제 23가구밖에 남지 않았다. 이것도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국내 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해발 750m에 있다 해서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린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의 심원 마을도 여수·순천 사건과 빨치산 토벌 작전이라는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경험한 곳이다. 이 아픔의 마을이 이제 지도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생태계 복원을 위해 2013년 이후 4년간 진행된 인공시설물 철거 작업이 완료된 것이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는 반달가슴곰 같은 멸종 위기의 야생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호구역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 생태계 복원이 자연뿐 아니라 인간도 함께 치유하는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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