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슈&스토리] 유럽·中·日 통큰 배터리 투자...위기감 커지는 LG·삼성·SK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춘추전국시대'

스웨덴 노스볼트, 공장증설에 5조

스와치그룹, 신배터리 개발 착수

파나소닉도 1조대 등 앞다퉈 투자

국내기업 기술개발 앞서지만

안정적 판매처 확보가 걸림돌

1416A12 글로벌전기차배터리야근




최근 2~3년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유럽에서는 신규 진출 기업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중국 기업들은 앞다퉈 배터리 생산 시설의 증설에 아낌없이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웨덴의 신생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는 스웨덴에 40억유로(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오는 2023년까지 32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건설하기로 했다. 노스볼트는 이를 위해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스웨덴의 셸레프테오와 베스테로스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본격적으로 증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 초에는 시계제조사로 유명한 스위스의 스와치 그룹이 바나듐(vanadium)을 사용하는 신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또 최근에는 영국의 ‘애플’로 불리는 다이슨이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기로 했고 보쉬 등 유럽 기업들의 배터리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연합(EU) 집행부가 ‘EU 배터리연합(EU Battery Alliance)’ 설립 로드맵을 내년 2월 열리는 EU 청정에너지 산업포럼에서 발표할 계획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위협은 되지 않겠지만 4~5년 후까지 이들이 꾸준히 성장한다면 큰 경쟁자가 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지금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2020년 이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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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크게 일본과 중국·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가운데 일본의 파나소닉의 배터리 출하량이 7기가와트시(GWh)로 가장 많으며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가 4.19GWh로 두 번째로 많다. 한국의 LG화학(3.11GWh)과 삼성SDI(1.64GWh)는 각각 3위와 5위다. 기존 시장 지배적 기업들의 투자도 최근 늘고 있다. 파나소닉은 미국과 중국·일본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시설에 약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테슬라 역시 중국에 생산공장 설립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에서 비야드(BYD)를 제친 CATL 역시 올해 16GWh 정도의 생산 규모를 2020년까지 50GWh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불꽃 튀는 경쟁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미래에 ‘돈’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 규모는 약 100GWh였지만 실제 수요는 50GWh가 채 안 된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는 비합리적인 셈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불과 3~4년 후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대규모 투자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2023년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본 게임을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시장 형성 초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경쟁은 누가 먼저 고객사를 많이 확보하고 평판을 쌓아가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 역시 생산능력은 글로벌 경쟁사에 뒤지지 않게 늘리고 있고 기술개발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의 경우 2020년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7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양극재 설비도 현재보다 3배 수준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도 현재 1.9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내년에 3.9GWh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가 걸림돌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일본산 배터리 사용을 꺼려 국내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유럽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다면 힘든 경쟁을 해야만 한다. 일본 역시 막강한 자국의 완성차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으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배터리 제조사가 기술과 설비 투자로 독자적으로 생존해왔지만 앞으로는 국내 자동차 기업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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