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전 정부 믿고 자기자본 불렸는데...'반쪽자리 초대형 IB’된 대형증권사들

삼성·미래에셋·KB·NH투자證

단기금융업 인가 못받아 당혹

'급변한 금융환경 희생양'평가도



한국투자증권 외에 삼성증권(016360)·미래에셋대우(006800)·KB증권·NH투자증권(005940)도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됐지만 제약이 많은 ‘반쪽자리 초대형 IB’가 돼버렸다. 금융 당국이 추진한 IB 육성 방안에 따라 자기자본을 불린 대형 증권사들은 정부 결정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KB증권·NH투자증권 등은 자기자본 4조원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하지만 해당 증권사들은 IB 사업의 핵심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으로서 본래 역할은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기금융업 인가는 금감원에서 심사가 완료된 회사에 대해서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에 상정됐다”며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회사는 증선위·금융위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금융제재 전력, 대주주 적격성, 재무건정성 관련 문제로 심사가 지연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대우는 7조원이 넘는 가장 많은 실탄을 확보하고도 옵션상품 불완전판매 혐의에 발목을 잡혔고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이외에 NH투자증권은 재무건전성과 케이뱅크 인허가 관련 의혹, KB증권은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거래로 영업정지를 받은 전력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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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정부 금융정책에 발맞춰나가던 대형 증권사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급변한 금융환경에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6월 증권 업계가 해외 금융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초대형 IB를 육성하는 것을 금융위 중장기 핵심과제로 추진했다. 당시 이 정책은 ‘4조원·8조원으로 나눈 근거가 없다’며 또 다른 관치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대형 증권사들이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1차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금융 당국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융혁신위는 케이뱅크와 초대형 IB를 감독보다 금융정책이 우선시된 대표 사례로 꼽았고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초대형 IB의 업무 범위 확대(발행어음, 기업신용공여 100% 상향 등)가 건전성에 대한 기준 없이 결정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증권사들은 연내 추가 심사를 통해 단기금융업 인가가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정확한 지연 사유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위기에 처했다. 증권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초대형 IB 신청 증권사 가운데 한투증권만이 유일하게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대를 넘었고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9%, 삼성증권은 6%대로 나타났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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