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쪼개고 합치고…대기업은 바이오사업 '전열 정비중'

SK '케미칼' 지주사 체제로…화학·제약사업 분사

LG화학 '생명과학' 합병…코오롱 '티슈진' 별도 상장

삼성도 인수·신설 전략 승부…일제히 새판 짜기 돌입





CJ그룹이 CJ헬스케어 매각을 전격 결정하면서 국내 대기업 바이오제약 계열사가 일제히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분사·합병·상장 등 세부적인 전략을 저마다 다르지만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게 공통된 목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달 1일 SK케미칼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화학사업과 제약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에 착수했다. 기존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새로 출범하는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산하에 편입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케미칼의 제약사업은 라이프사이언스사업부가 담당하고 있어 이사회 의결만 통과되면 바로 분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SK케미칼은 올해 창사 이래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는 올해도 전량 완판되며 시장의 호평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 MSD가 독점해온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것은 물론 국산 백신 자급율 50%를 넘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올해 초 LG생명과학을 LG화학으로 합병한 LG그룹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는 2002년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LG생명과학을 분사했다가 15년 만에 다시 LG화학에 흡수했다. 재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룬 LG화학은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해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후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LG가 국산 신약 19호로 개발한 당노병 치료제 ‘제미글로’가 대표적이다. 제미글로는 LG생명과학 시절 47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신약 프로젝트의 하나로 개발했지만 그간 별다른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대웅제약과 공동 판매에 나서면서 지난해 557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고 올해는 1,000억원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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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바이오 계열사 중 막내 격인 코오롱그룹도 연일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7월 세계 최초의 유전자 기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판매 허가를 받으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존 자가면역질환이나 항암제로 유전자 치료제가 출시된 적은 있지만 인보사는 동종 세포에서 배양한 유전자를 기반으로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한다. 1회 주사로 2년 동안 약효가 유지돼 연 45조원 규모인 글로벌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주도할 기대주로 꼽힌다.

이달 초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티슈진까지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며 잰걸음을 내고 있다. 코오롱은 티슈진 공모자금으로 1,994억원을 확보해 내년 4월 미국 인보사 임상 3상에 1,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목표대로 오는 2021년까지 임상시험을 마치고 2023년 미국에 출시하면 연간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대기업 중 가장 늦게 바이오제약 시장에 뛰어든 삼성은 인수·신설·합작 전략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삼성메디슨은 국내 벤처기업 메디슨 인수를 통해 출범했고 바이오의약품 개발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과의 합작을 통해 탄생했다.

바이오의약품 제조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후발주자로 등장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기술을 접목해 벌써부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업(CMO)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다음달 인천 송도에 숙원사업인 제3공장이 예정대로 준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규모는 현재 18만ℓ에서 36만ℓ으로 늘어나 베링거인겔하임(30만ℓ)과 론자(28만ℓ)를 뛰어넘는 글로벌 1위로 올라선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CJ에 앞서 한화, 롯데, 아모레퍼시픽 등도 고심 끝에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할 정도로 바이오제약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라며 “다른 계열사에 비해 덩치와 규모가 작아도 그룹 차원에서 얼마나 꾸준히 투자를 단행하느냐가 대기업 바이오제약 계열사의 경쟁력을 가르는 잣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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