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부실 낙인 지우기라지만…정국 뒤흔들 '뇌관' 될수도

[해외 자원개발 81개 사업 전수조사]

자원개발 공기업 주먹구구식 사업추진에

빚 눈덩이처럼 불었지만 성과 거의 없어

"진통 겪더라도 정상궤도에 올려야" 지적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09년 포스코와 손을 잡고 볼리비아에서 리튬 추출 사업권을 따낸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의 성공 사례라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비리’라는 낙인이 찍혔고 볼리비아 정부의 계약조건 변경 요구 등이 겹치면서 광물공사는 결국 2013년 사업을 포기한다. 바로 그해 볼리비아는 중국과 리튬 배터리 공장 건설 계약을 맺는다. 그 이후 전기차 급증 등의 이유로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포스코 등 우리 기업은 리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전격적인 실태조사 착수는 이처럼 정권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샤워실의 바보’로 불렸던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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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태조사의 가장 큰 목적은 자원개발사업의 구조조정이다. 정부가 자원개발 공기업 3사(社)가 보유하고 있는 81개 사업의 사업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1년부터 제1차 기본계획을 통해 전략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지만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주먹구구식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부실과 비리의 온상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도 이 때문이다. 2015년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광물공사는 자문사로부터 G 사업의 채굴활동 금지 가능성에 대한 자문을 받고도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석유공사도 2010년 B 사업 인수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 등 재무 영향에 대한 검토도 없이 사업을 추진해 604억원의 이자를 물어야 했다. 3조1,000억원으로 예상됐던 2008년에서 2014년까지 해외 자원개발 예상적자도 12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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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자원개발 공기업이 짊어진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가진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의 지분생산량 중 20%에 불과한 6만b/d(1일당 배럴)만이 비상시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산업부는 79%인 23만6,000b/d를 들여올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원개발 공기업 3사의 기대 현금수입도 당초 예상보다 14조5,000억원이나 밑돌았다.

자원개발률도 밑바닥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유·가스자원 개발률은 15.5%로 2010년(10.8%) 대비 4.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프랑스(105.0%, 이하 2010년 기준)와 중국(30%), 일본(24.7%)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빚은 감당할 수 없이 늘었는데 성과가 없다 보니 매해 부실투자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태조사가 향후 정국을 뒤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실덩어리가 된 사업들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그간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비위행위도 적발될 수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당시 “과거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부실 원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산업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산업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업인 만큼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냉정하게 평가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문제를 정리하는 진통을 겪더라도 자원개발 정책을 10년을 내다볼 수 있도록 정상궤도에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연구실장은 “성공불융자 등 자금지원이 예산안에 한 푼도 없었다가 1,000억원 생겼다가 다시 70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자원개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며 “양적 확대를 목표로 한 탓에 신중치 못한 투자가 일어났지만 공기업들이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해외 자원개발을 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박형윤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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