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딸 뻘에게 너무하네’
연예인 지망생 한서희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트랜스젠더는 남성의 성기가 있는데 어떻게 여성인가’라는 글에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반발하자 달린 악성 댓글이다. 심지어 트위터에서는 ‘#하리수는비여성이다’는 해시태그가 돌기도 했다.
인지도나 대중의 관심도가 수입·명성에 직결되는 연예인은 태생적으로 관종(관심종자·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 ‘무리수’라 불릴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사람)일 수밖에 없긴 하다. 단 한장의 사진, 한줄의 글로 수백만명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것이 SNS라면 연예인 지망생이 그런 걸 마다할 이유가 없을 듯도 하다.
이런 점에서라면 한서희의 ‘관종’ 전략은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탑과 함께 대마 흡연 혐의로 구속됐던 연예인 지망생 정도로 알려졌던 그가 팔로워 11만을 거느린 SNS 인기스타가 됐으니 말이다.
그녀는 연예인을 꿈꾸면서도 여성 아이돌 특유의 청순함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공개적으로 ‘페미니즘’을 표방하고,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자신이 피우는 담배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도발적인 언행에 일부 네티즌들은 ‘사이다 발언’이라며 환호한 것도 사실이다. 이 기세라면 그의 말처럼 1월 데뷔도 힘들지 않아 보인다.
그런 만큼 이번 논란은 아쉽다. 한서희는 “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성별이 왜 두 개로 나뉘어 있겠냐”고 주장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이 논리는 페미니스트들이 그토록 타파하려 했던 논리다. “성별이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 만큼 타고난 성격과 적절한 역할이 있다”는 전제가 여성을 그토록 옭아맸던 목줄이자 칼날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주체인 남성에 대비되는 존재로서 여성을 바라보는 모든 관점’이 여성혐오의 정의다. 한서희는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던 그 방식 그대로 성 소수자를 혐오했다. 모든 페미니스트가 성 소수자의 인권까지 신경 써야 할 의무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날아온 폭탄을 그대로 또 다른 약자에게 던져서는 안된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0일은 트랜스젠더의 존엄과 권리를 기리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사이다 발언’도 좋고 ‘관종’도 좋지만, 자신이 싸우고 싫어하던 그 모습을 닮아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