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총 20척 발주해 글로벌 톱10급 선사로 발돋움한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선대가 갖춰지면 선복량이 8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세계 6위권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투자(IB)업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내년 초를 기점으로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기로 했다. IB업계 고위관계자는 “현대상선은 2만TEU 9척, 1만3,000TEU 11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선을 발주해 공격적인 선대 확장에 나설 것”이라며 “주요국 선사들이 내년부터 인수합병(M&A)과 초대형선 투입을 통해 대형화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발주 규모(10여척)의 두 배 수준이다. 발주 규모(35만~40만TEU)로만 보면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10월말 기준·22만TEU)의 2배에 달한다.
현대상선이 초대형선을 대거 늘리는 이유는 글로벌 합종연횡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현재 선박 56척, 선복량(최대 선적 가능 규모)은 43만TEU로 세계 13위 수준이다. 반면 현대상선이 속한 2M얼라이언스의 머스크는 선복량이 355만TEU, MSC는 312만TEU로 현대상선의 8배에 달한다. 특히 내년에 경쟁국 일본은 자국 선사 3곳(MOL·NYK·K라인)을 합병해 선복량(발주선박 포함)이 170만TEU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적선사 코스코(181만TEU)도 세계 7위 선사인 홍콩의 OOCL(67만TEU)과 최종 합병하는 오는 2019년에는 선복량(발주선박 포함)이 300만TEU를 넘어서 세계 2~3위권으로 커진다. 특히 중국 코스코(오션얼라이언스)와 일본(디얼라이언스) 선사들은 내년부터 2만TEU급 선박을 아시아 역내 시장에 본격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40만TEU급 선복량에 최대 선박이 1만3,100TEU에 불과한 현대상선이 경쟁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내년부터 발주된 2만TEU급 9척, 1만3,000TEU급 이상 11척이 현대상선에 인도되는 2020년께가 되면 현대상선의 덩치는 현재의 두 배 수준인 80만TEU 이상이 된다. 이는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약 60만TEU)을 넘어서고 현재 6위인 대만 최대선사인 에버그린(106만TEU)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발주될 20척이 최종 인도되는 시점에는 현대상선의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 비중은 16척에서 36척으로 배 이상 늘어난다. 현대상선의 장기계획이 100만TEU 선대 확보인 만큼 향후 경영성과에 따라 초대형선 발주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현대상선은 초대형선을 발주할 때 자체 자금조달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금융기관과 은행이 조성한 선박신조프로그램(펀드·2조6,000억원)을 일부 이용하되 상당금액은 자력으로 시장에서 투자받는 것이 목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내년 턴어라운드(흑자전환)를 기대하고 있다”며 “개선된 경영실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