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상북도 포항에서 발생한 역대 2위 규모의 강진으로 진원지에서 가까운 경북 일대는 ‘패닉’에 빠졌다.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포항·경주·울산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은 급하게 대피하고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와 선린대 건물 일부가 무너지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인명·재산피해도 이어졌다.
진원지인 포항시 북구의 인근 아파트와 학교에서는 주민·학생들이 급하게 인근 공터와 운동장 등으로 대피했다. 포항시 장성동에서는 단독주택 지붕이 무너져내렸다. 북구 흥해읍 마산리의 건물에는 유리에 금이 가고 담장이 무너졌다. 북구 환호동의 한 빌라는 건물 외벽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는 일부 동이 지진 여파로 기울었다.
북구 두호동의 한 아파트 관리소는 벽체가 무너져내렸다. 포항 북구 흥해읍 일대 약 800가구가 2분 정도 전력공급이 중단됐고 남구의 포항공대에서도 정전이 발생했다. 한전 대구지역본부는 오후3시 비상상황을 발령하고 여진 등 추가 상황에 대비해 전 사업소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전력설비 피해 여부를 점검했다.
포항 북구 양덕동에서는 담벼락이 무너지고 하수관이 터져 물난리가 났다. 가게 유리창이 깨지면서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기도 했다. 도로와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벽돌이 떨어져나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갇히거나 쏟아진 집안 물건이 문을 막아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당국에 끊임없이 접수됐다.
포항에 자리한 한동대와 선린대에서는 캠퍼스 내 기숙사 건물의 외관 벽돌 일부가 무너지고 건물 내부 벽에 크게 금이 가는 등 피해를 입었다. 학생들은 대피하는 와중에도 지진 피해를 입은 건물 잔해를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피해 상황을 공유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동대 학생 A씨는 “건물이 흔들리고 돌조각이 떨어지면서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고 대피했다”며 “운동장으로 급하게 모였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동대는 추가 붕괴, 여진 피해 등을 우려해 오는 19일까지 휴교하기로 결정했다.
인명피해도 잇달아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진 여파로 중·경상자 15명이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지진 발생 후 모두 121번 출동했다. 승강기 사고와 인명구조 등 안전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여진이 이어지면서 피해 신고도 늘어났다. 전국에서 총 8,300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각종 기반시설도 타격을 입었다. 대구~포항 고속도로에서는 지진으로 하이패스가 가동되지 않고 멈췄다. 포항역은 지진 발생으로 천장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항역은 지진 발생 후 열차 운행을 중지시키고 역을 폐쇄했다. 다만 경주 월성원전 등 국내 원전은 아무 이상 없이 정상 가동했다. 포항시는 재난대책회의를 열어 피해 상황 파악과 함께 복구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진 우려가 높아지면서 포항 지역의 유치원과 초중교는 휴업에 들어갔다. 경북 포항교육지원청은 지진 여파에 따라 포항 지역 유치원 및 초중교에 16~17일 휴업령을 내렸다. 포항교육청은 지진 관련 추가 변경사항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릴 계획이다.
워낙 강진이다 보니 진원지인 포항 바깥 지역에서도 피해 신고가 속출했다. 경주에 거주하는 주부 박지혜(37)씨는 강한 지진동을 느낀 후 그대로 몸이 굳어 대피하지도 못했다. 박씨는 “막상 지진이 발생하니 뭘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며 “방에 있는 아이 생각밖에 안 나 아이를 안고 벌벌 떨면서 울었다”고 공포스러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건물이 흔들려서 전교생을 운동장에 대피시켰다”고 했다.
/진동영기자 포항=손성락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