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수십억 원대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국가정보원장 3명의 운명이 법원에서 엇갈렸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17일 0시55분께 남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중요 부분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는 “주거와 가족, 수사 진척 정도 및 증거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게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3명의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특활비 총 40억여원을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로 상납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이 특활비 상납을 시작했고 현대기아차 등을 압박해 관제시위 단체에 금전적 이익 26억여원을 몰아줬다고 봤다. 이병기 전 원장은 월 5,000만원이던 특활비 상납액을 월 1억원 수준으로 증액한 혐의를 적용했다. 이병호 전 원장은 조윤선·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특활비를 전달하고 청와대의 ‘진박감별’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대신 지급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병호 전 원장은 3명 중 가장 긴 재임 기간(2년2개월) 탓에 상납액도 25억∼26억원에 달했다.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선 일단 법원의 구체적인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상납금’의 최종 귀속자로 의심받는 박 전 대통령의 수사에도 조만간 착수한다.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이 영장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상납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국정원장들의 구속 여부를 떠나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할 필요성이 크다고 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자금을 요구한 배경과 용처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