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에 비해 소외받았던 파생결합증권(DLS·DLB) 시장이 최근 들어 무섭게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운용의 인컴펀드, 경기도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투자, 글로벌 헤지펀드 투자 등 기관투자가들만의 투자 대상이던 대체상품들이 DLS 형태로 시장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목과 지수에 한정된 ELS와 달리 다양한 기초자산을 편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으로 대형 증권사들이 글로벌 자산을 구조화해 상품으로 쏟아내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기준 DLS와 DLB 발행잔액은 35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 32조원을 훌쩍 넘긴 역대 최대 발행 규모다. 시장에서는 내년 DLS만 35조원 이상이 발행돼 ELS의 대안상품으로 자리를 굳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ELS와 ELB 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69조2,000억원에서 올해 3·4분기까지 58조2,000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노출되는 ELS와 ELB의 발행물량은 줄어드는 반면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고유의 수익구조가 형성돼 있는 DLS와 DLB는 투자자금을 꾸준하게 확보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자산이 대폭 확대되면서 DLS 시장의 상품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금리·환율·신용을 비롯해 금과 원유 등의 실물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었던 DLS가 해외 부동산과 달러자산·핀테크대출에 이어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까지 편입시키면서 ‘만능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이 최근 경기도의 주상복합아파트 PF대출 유동화 DLS를 내놓자마자 200억원가량의 물량이 사전 예약으로 완판됐다. 그동안 일반 투자자는 접할 수도 없던 PF 부동산 상품을 DLS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키움증권(039490)은 독일 헤리티지빌딩에 투자하는 2년1개월 만기의 DLS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헤리티지빌딩을 고급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립한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자산운용이 내놓은 글로벌무역금융헤지펀드를 기초자산으로 무역금융DLS를 선보였다. 국내 헤지펀드뿐 아니라 홍콩과 라틴아메리카 헤지펀드들의 기초자산을 편입한 DLS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호 KB증권 리서치센터 델타원파생팀장은 “대형사 중심으로 해외 자산 발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기초자산의 다양화가 시작된 올해는 사모DLS 발행에 치우쳤지만 내년부터 공모DLS 발행이 점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 팀장은 “핀테크대출·무역금융·인컴펀드 등의 기초자산은 델타원(delta one) 상품”이라며 “인컴펀드가 DLS 발행 비중의 20%를 초과하는 등 델타원 형태의 상품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델타원과 DLS 시장이 동반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델타원은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대한 옵션 가격의 민감도를 말하는 델타가 1이라는 의미로 위험에 중립적인 상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