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자메이카 연정’ 협상이 예비협상 타결 시한인 16일(현지시간)을 넘기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연정 구상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17일 스웨덴에서 열린 유로소셜정상회의에도 불참한 채 연정 도출을 위한 마라톤 협상에 임했지만 정당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17일 독일 도이체벨레는 “대표단이 15시간에 걸친 협상에도 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며 “주말까지 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연립여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당(CSU·CDU) 연합과 자유민주당(FDP), 녹색당은 지난달 18일부터 한 달 동안 연정의 공동정책안을 도출하는 예비협상을 벌여왔지만 난민 문제 등에 대한 입장차가 커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각 당의 상징색인 검정(기민·기사), 초록(녹색), 노랑(자민)이 자메이카 국기 색과 같다고 해 자메이카 연정으로 불리는 이들이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난관인 난민 문제에서는 CSU·CDU가 연간 상한선 20만명을 유지하려는 반면 녹색당은 상한선을 두는 것에 반대한다. 정착난민의 가족을 받아들이는 문제도 녹색당이 적극적인 반면 자민당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차후 위기를 막기 위한 유로 공동예산 설립과 환경 문제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만일 이들이 협상시일을 좀 더 연장하면 명확한 동의안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뒤늦게라도 타결된다면 공식 연정 협상에 들어가 정당 간 내각 배분 등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메르켈 총리는 녹색당 등과 소수정부를 꾸리거나 사민당과의 대연정 가능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재선거가 요구된다. 다만 협상주체들은 총선에서 이미 제3당으로 등극한 극우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재선거는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타결 가능성이 여전히 거론된다.
독일의 지지부진한 연정 협상은 EU 내 힘의 균형에도 미묘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스웨덴 회의에 메르켈 총리가 불참하는 점을 들어 “(메르켈의 추락은) EU 내에도 중심 리더 부재 시대가 온다는 방증”이라며 “다자 간 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당장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협상의 지원군을 얻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