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인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최근 서울도서관에서 열린 ‘퇴근길 인문학’ 특강에서 ‘도서관과 권력자들’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모인 청중 50여명은 진지한 눈빛으로 서 교수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집중했다.
상아탑에 머물던 대학 교수들이 인문학을 전파하기 위해 강의실 밖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교수들의 ‘영역 확장’은 직장인들 사이에 일고 있는 인문학 열풍이 대학 내 고품질 인문학 강의를 대학 밖에서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명강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책으로 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 서점마다 하버드·스탠퍼드 등 해외 명문대 강의를 바탕으로 한 베스트셀러들이 쏟아졌다.
한국에서는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행복학’ 강의가 대표적이다. ‘행복 심리학’ 권위자인 최 교수의 강의는 서울대 안팎에서 ‘서울대 3대 명강의’로 불리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TV에서도 O tvN의 ‘어쩌다 어른’이 지난여름 ‘소문난 대학 명강의’ 프로그램을 내걸고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등 각 대학별 유명 강의로 이름난 5명의 교수를 강연자로 내세워 건축·정신건강·미술·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한발 더 나아가 교내 유명 강의들을 망라한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서가명강·21세기북스 펴냄)’를 오디오클립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 작업에는 법의학자인 유성호 교수, 동아시아사학자인 박훈 교수 등이 나섰다. 지난 2011년 홍성욱·장덕진·장대익·이준구·곽금주 교수 등이 쓴 ‘서울대 명품 강의(글항아리 펴냄)’는 서울대 강의 대중화의 원조 격이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 강의는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란 편견이 있지만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강의도 많다”며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지식 공유의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