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앞서 입문용 인문·교양서 시장이 발달한 곳은 일본이다. 10여년 전부터 국내 출판 시장에도 쏟아졌던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 등이 일본 출판물에서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입문용 인문서적들이다.
지난 9월 길벗출판사가 출간한 ‘30분 시리즈’는 철학·경제학·경영학·회계학 등 다양한 학문을 한 권의 책으로 배우는 콘셉트의 교양서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한 ‘30분 시리즈’는 출간 1년도 안 돼 각각 누적 20만~30만부 이상이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목차에서부터 꼭 봐야 할 부분만을 꼽아주고 인포그래픽을 통해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난이도를 도식화한 편집은 마치 중고생 시절 봤던 참고서와 유사한데 이 시리즈의 특징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대학 교수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길벗출판사의 이지현 에디터는 “국내에선 대중 교양서를 집필하는 대학 교수를 찾기 힘들지만 일본에는 마치 참고서를 쓰듯 지식을 요약하고 도식화한 책들을 내는 교수들이 많다”며 “앞으로는 국내 대학 교수들을 필진으로 참여시켜 ‘30분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다 어른’ ‘명견만리’처럼 방송에서 먼저 인기를 끈 인문학 강연을 그대로 책으로 옮기는 것 역시 일본에서 일찌감치 자리 잡은 트렌드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도 모태는 일본 NHK 방송사의 TV 프로그램이었다. 강 전 교수가 ‘직업 특강’이라는 방송에서 대중들에게 전한 인생철학으로서의 직업론이 반향을 일으키자 똑같은 콘셉트의 콘텐츠가 제목만 바꿔 달고 서점에 진열된 것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인간의 삶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세상을 이해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이런 시대에는 인문학, 특히 오락하듯 즐길 수 있는 인문학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학교에서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답을 주지 않으니 팟캐스트·TV·책을 통해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