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와 유가가 급등하며 고액자산가들이 혼란에 빠졌다. 연초부터 달러 강세에 베팅했던 자산가들은 서둘러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올해 상반기 펀드·예금 등 달러 연계 금융상품 투자를 늘렸지만 환율이 저점을 계속 경신하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3조원이나 팔렸던 브라질 국채가 헤알화 환율 하락으로 한 달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자금 유출이 시작됐다. 브라질 펀드도 이달 들어 순유출로 돌아섰다. 환율 하락에 자산가들의 자금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나흘 연속 하락하면서 1,100원선이 무너지며 1,097원50전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100원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9월29일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지난 9월29일 1,148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여 만에 5% 가까이 하락했다. 한국 경제성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확산된데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상향할 것이라는 예상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화 강세 흐름을 역행했다. .
원화 강세 흐름은 올해 상반기에 인기를 끈 달러 연계 재테크 상품의 수익률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달러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20% 가까이 하락했으며 일반 주식형펀드 손실폭도 커졌다. 지난해 말부터 고액자산가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브라질·러시아·멕시코 국채 투자도 현지 환율 하락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데다 원화 강세가 더해지면서 매도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자산가들은 여전히 1,100원을 바닥으로 보고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강세를 대비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유가도 자산가들의 전략 수정을 부추긴다.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2월분 북해산브렌트유는 2년여 만에 배럴당 60달러 선을 돌파했다. 올 6월 배럴당 42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최근 한 달 동안 5% 넘게 오르며 연중 최고치인 54달러 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전일 소폭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WTI·브렌트유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이자 국내 기준 유가로 삼는 두바이유도 6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감산 연장과 달러 약세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산가들의 베팅은 유가 상승으로 돌아섰다.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증권(DLS) 투자 잔액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