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균열과 감사원의 결빙 문제 지적으로 생산이 중단됐던 국산 수리온 헬기의 양산이 재개된다. 그러나 파워팩 문제로 2차 양산 지연이 거듭되어온 K-전차의 양산 재개는 보류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재로 개최된 17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10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수리온 후속양산 재개와 국산 천궁(철매2) 미사일 성능 개량(탄도미사일 요격 기능 추가), 슈퍼 그린파인급 레이더 국외 도입을 심의 의결했다.
반면 국산 파워팩의 결함 문제로 6차례나 미뤄진 K-2 전차 2차 양산은 또다시 보류됐다. 이에 따라 K-2 전차 추가 생산 및 배치를 전제로 추진되어온 군 구조개편 및 기동군단 강화, 노후 전차 도태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방추위는 K-2 전차 2차 양산과 ‘고정형장거리레이더 체계개발’과 ‘중적외선섬광탄 체계개발’도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수리온 양산 사업은 한국형 기동헬기를 국내 개발 조달하는 사업으로 1차(24대 양산 완료), 2차(66대 계획)를 합쳐 모두 90대를 올해 안까지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체 균열과 감사원의 체계 결빙 지적으로 2차 양산분 43대가 납품된 상태에서 생산이 중단돼, 방추위의 처분을 기다려왔다.
방추위의 이번 결정으로 수리온 양산 사업은 다시금 본궤도에 올랐다.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차 양산 지연 물량 23대를 내년 상반기에는 납품할 계획이다. 군은 4차례에 걸쳐 수리온 헬기 200여대를 납품받을 예정이다.
방추위는 또 개발 중단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국산 천궁(M-SAM) 지대공 미사일의 성능 개량 사업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초기부터 잡아낼 수 있는 고성능 그리파인급 레이더 2세트를 국외 도입하는 사업을 의결했다. 방사청은 점증하는 북한 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올해 말 관련 공고를 내고 내년 5월께 계약을 맺는 등 사업을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6차례나 양산 결정이 지연된 K-2 전차는 이번에도 방향을 잡지 못했다. 방추위 내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국산 변속기를 포기하고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가 조합된 파워팩을 승인하자는 견해가 국산 파워팩 개발에 기회를 더 주자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 조합의 시험 평가가 완료되는 올해 말까지 국산 변속기가 제 성능을 못 낼 경우, 국산 엔진과 변속기가 조합된 국산 파워팩 장착은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방추위는 국방규격의 내구도 기준을 완화시켜 달라는 국산 변속기 개발업체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방향을 정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개발비를 투자한 업체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국방규격을 풀어줄 경우 전반적인 국내 생산 방산제품 품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업체 요구를 들어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육군은 애초 K-2 전차를 2010년대 중반까지 680대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파워팩 문제로 생산과 배치가 지연된데다 예산 부족으로 생산물량은 300대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마저도 독일제 엔진과 변속기가 들어간 1차 양산분 106대를 제외하고는 후속 양산이 중단, 노후 전차 교체와 새로운 기동군단체제 강화 등 군의 중장기 사업까지 삐걱거리는 양상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