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湖巖) 이병철 전 회장의 30주기 추도식이 17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가족과 삼성전자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호암의 기일은 19일이지만 올해는 일요일인 관계로 추도식 날짜를 이틀 앞당겼다. 이날 추도식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30주기라 의미가 깊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인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추도식 행사장 인근에는 이른 아침부터 나와 대기한 삼성 관계자와 에스원 직원 수십 명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쌀쌀한 날씨에 두꺼운 점퍼와 핫팩으로 무장한 삼성 관계자들은 행사장 인근 곳곳에 배치돼 현장을 지켰다. 오전9시로 예정된 가족 추도식을 10분가량 앞둔 오전8시50분께 홍라희 여사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선대 회장의 선영으로 향했다. 홍 여사와 이 회장의 딸들은 참배를 마치고 오전9시15분께 호암미술관을 빠져나갔다.
오너가가 떠난 뒤 한 시간여를 지나 삼성 계열사 사장단 약 60명이 추도식에 참여하기 위해 선영을 찾았다. 최근 승진한 권오현 종합기술원 회장과 윤부근·신종균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임원진이 잇따라 참배했다.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도 참배했다. 삼성 관계자는 “불가피한 일정이 있는 일부 사장단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참배를 마친 뒤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예년과 달리 사내방송에서도 추도식을 다루지 않았을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CJ와 신세계·한솔 등의 그룹 임원들도 잇따라 선영을 찾았다. 호암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추도식과 별도로 오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리는 호암의 기제사를 주재할 예정이다. 신세계에서는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이갑수 이마트 대표 등이 추도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호암의 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외손자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창업주는 3남5녀를 뒀다. 3남인 이 회장이 물려받은 삼성 외에 범삼성가는 CJ그룹·신세계그룹·한솔그룹이 있다. 새한그룹도 있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난 2000년 해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