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증상 등에 따른 고통도 고통이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의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혈액 속 당이 과다하게 높으면 지방질과 여러 세포 등이 혈관벽에 침착돼 혈관이 조금씩 좁아지다가 나중에는 아예 막히게 된다. 이 과정은 수년 혹은 수십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당뇨병을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혈관벽이 막히는 현상은 우리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는 부위는 눈, 콩팥(신장), 그리고 발이다.
우선 당뇨병으로 미세혈관이 파괴되기 쉬운데 눈은 미세혈관이 많아 치명적일 수 있다. 처음에는 증세가 없다가 시(視)세포가 밀집돼 있는 황반부까지 침범하게 되면 시력저하가 시작되고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된다. 이를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라고 한다.
신장 역시 미세혈관들이 많이 모여 있다. 콩팥 속 사구체는 혈액 속의 노폐물을 여과해 소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혈액순환 장애로 사구체가 망가지면 우리 몸에 독소가 쌓이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신장은 완전히 망가져 인공투석 또는 신장이식이 필요한 상태까지 가게 된다.
끝으로 발은 고혈당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와 말초신경 손상이 겹쳐 감각이 둔해져 쉽게 다치는 것은 물론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악화돼 피부 괴사까지 이르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당뇨병성 족부병변이라고 하는데 심해지면 다리를 잘라내기까지 해야 한다.
당뇨 합병증의 특징은 초반에는 별다른 증세가 없다가 심각한 상황이 되고 나서야 증세가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증세가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통해 합병증 유무 및 병의 진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또 당뇨병 자체는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저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 그리고 적절한 약물요법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합병증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동반되는 고지혈증 및 고혈압에 대한 관리도 합병증 예방에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