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계 약은 체내 콜레스테롤 생성을 촉진하는 효소를 차단,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심혈관질환·당뇨병 환자 중에는 고지혈증도 함께 앓는 경우가 많다.
17일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강은석(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남정모(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유럽 간학회지(Journal of Hepatology, IF 12.5)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지난 2002~2008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51만4,000여명을 평균 7.5년 간 추적조사한 결과 1,642명이 새로 간암에 걸렸다. 연구팀은 이들과 연령·성별·생활환경·병력이 비슷하지만 간암이 발병하지 않은 5배수(8,210명)를 대상으로 스타틴계 약 복용 여부에 따른 간암 발병위험도를 비교연구했다.
그 결과 고지혈증 치료를 위해 스타틴계 약을 먹고 있거나 먹은 적이 있으면 간암 발병 위험이 대부분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혈증 치료를 위해 스타틴계 약을 먹는 사람의 간암 발병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44%에 그쳤다. 스타틴계 약 누적 복용량이 많을수록 간암 발병 위험도는 떨어졌다.
당뇨병 환자 중 스타틴계 약을 먹는 사람의 간암 발병 위험은 안 먹는 사람의 28%(합병증이 있으면 34%, 없으면 19%)에 그쳤다. 당뇨병이 없는 고지혈증 환자 가운데 스타틴계 약 복용자의 간암 발병 위험은 약을 안 먹는 사람의 53% 수준이었다.
간경변증 환자 중 스타틴계 약을 먹는 사람이 간암에 걸릴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39%였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간암 고위험군인 당뇨병·간경변증 환자 중 스타틴계 약 사용군에서 간암 발병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처음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다만 고지혈증도 없는데 간암예방을 위해 스타틴계 약을 복용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고 건강보험 적용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타틴계 약 복용자의 간세포암 발병률이 왜 낮은 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간암 고위험군에 스타틴계 약 복용량을 늘리는 문제 등도 주치의가 적절성을 따져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