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발언대] 文정부 ‘균형외교’에 대한 단상

이지용 계명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이지용   계명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한국의 외교 일정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 외교에서 중요한 국가들과 주요 외교 사안들에 대해 조율하면서 정부의 외교성과에 대한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외교성과와 정책을 보면서 기대와 함께 우려가 교차한다. 특히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은 한미·한중관계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외형적으로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줬고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현재 미국이 현 정부의 한미동맹에 대한 의지를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내용은 북한 정권과 핵 개발에 대한 접근원칙의 재확인과 함께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안보와 정치·경제적 ‘가치’의 공유에 있음을 역설한 것이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취하는 ‘균형외교’라는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현 정부가 취하는 균형외교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이 아닌 외교 지평을 아세안·유럽연합(EU) 등으로 확장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만약 균형외교가 그러한 의미라고 한다면 개념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균형외교는 국제정치학에서 나온 개념이다. 즉 국제정치 구도에서 ‘균형을 잡는(balancing)’다는 의미다. 양자 사이에서 모두 잘 지내거나 또는 외교적 지평을 다변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다면 ‘균형외교’의 개념이 아닌 ‘다변화 외교’ 정도의 개념이 보다 정확하다. 또 균형이라는 것은 미중 경쟁 속에서의 한국이 양 강대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국제정치 역학관계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한국은 세력균형의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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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해서는 균형외교의 의미를 다르게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과 함께 중국도 중요하고 향후 중국과 더욱 좋은 관계를 맺어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의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설명한 내용과는 사뭇 다른 설명이다. 외교는 매우 신중해야 하고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정상회담의 성과는 이후에 후속조치로 나오게 된다. 현 정부의 외교는 개념과 내용·실행에서 계속 혼선을 보이고 있다. 외교 정책과 전략에 대한 자기 성찰과 냉정한 평가, 그리고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지용 계명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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