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임금 올려라"…기업에 채찍 든 日

엔저 정책으로 기업 실적 개선에도

작년 사내유보금 406조엔까지 늘어

경제회복 선순환 막혀 체감경기 싸늘

2019년 물가상승률 2% 달성 빨간불

영업익 재투자 안할땐 稅혜택 축소

임금 3% 이상 인상 땐 추가 감세

체불임금 청구 5년까지 연장 등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포함키로

2015A12 지지부진한 소득 수정1




일본 정부가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의 회복에도 실질임금 및 물가 등의 개선세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자 기업들을 향해 ‘당근’ 대신 ‘채찍’을 꺼내 들었다.

임금 인상과 설비 투자를 충분히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없애고 근로자들이 체불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최장 5년까지 늘려 ‘공짜 야근’ 관행에 제동을 거는 방안 등이 주된 내용이다. 임금을 올리고 소비를 촉진해 물가 상승률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묘안을 짜내면서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 사실상 증세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어서 파장이 주목된다.


1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영업이익을 임금 인상이나 설비 투자를 하는 데 쓰지 않을 경우 법인세 우대 혜택을 주지 않는 방안을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포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조만간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조세담당 의원들과 회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품 개발이나 기술 개발을 위한 시험·연구비를 지출할 경우 총액의 8~10%에 해당하는 세금을 깎아주는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방안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내년에 직원들의 임금을 3% 이상 인상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 정책효과를 더욱 높일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부터 기업 법인세를 23.9%에서 23.4%로 0.5%포인트 인하했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와 임금 개선에 나서지 않는 기업에는 우대 혜택을 중단해 사실상 증세까지 하겠다는 정책 전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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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근로자들이 수당 없이 추가 노동을 강요하는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체불임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노동정책 담당 부처인 후생노동성은 올해 안에 노동정책심의회에서 노사 양측이 참여한 가운데 이러한 정책을 논의해 오는 2020년부터 새로운 조항을 적용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임금 지불 없이 추가 근무를 시키는 행태가 장시간 근로 관행을 만들고 당면과제인 임금 인상을 막아 경제 정상화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인 셈이다.

친기업 정책에 부심해온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기업 압박에 나서게 된 것은 유동성 확대로 엔저를 유도하는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기업 실적은 개선됐지만 물가 상승 등 체감경기를 살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 경기가 살아나면 임금 인상이 뒤따라 소비가 늘어나며 물가도 올라야 하는데 디플레이션 그늘에 오래 허덕인 일본 사회에서는 기업들의 사고 전환이 뒤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실질 가구수입은 지난 9월 기준 전년 대비 2.1% 상승하는 데 그쳤고 9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0.7%에 불과했다. 이처럼 물가가 제자리걸음을 보이면서 일본은 다른 주요국과 달리 양적 완화에서 긴축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행(BOJ)도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1.1%에서 0.8%로 낮춰 2019년 물가 상승 목표치(2%)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지난달 기자들에 지난 4년간 일본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사용한 돈은 4조엔에 불과하다며 “상황이 너무 심각한 수준이니 사내 유보금이 투자와 임금 인상에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만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은 지난해 말 기준 사상 최대치인 406조엔까지 늘어났으며 이 중 현금·예금으로 보유한 금액이 210조엔에 이른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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