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4차 혁명이 이끄는 재활의학

최경효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최경효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상현실(VR) 카페’가 인기라고 한다. 커피도 마시고 VR를 기반으로 한 게임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VR 게임을 하면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내 자신이 직접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이제 실제와 가상이 연결되는 세상에 들어왔다.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더 나아가 사물과 사물까지도 연결되는 시대다. 과거에 증기기관을 발판삼아 기계화가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전기에너지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 인터넷을 통한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이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이 있었다. 이제는 로봇, VR, 인공지능(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 첨단 ICT를 기반으로 하는 초(超)연결, 초지능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첨단 ICT는 의료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우리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를 통한 헬스케어 분야가 한 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몸 상태를 자동으로 파악해 사용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원격의료를 가능하게 만드는 매개체로 발전하고 있다.


재활의학 분야에서도 첨단기술을 활용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손가락 기능에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 센서가 달려 있는 스마트 장갑을 착용해 요리·운동 게임을 하며 손가락을 재활하는 치료 프로그램, 뇌졸중·치매 등으로 인지·언어장애 등이 생긴 환자를 치료하는 AI 기반 애플리케이션 등이 그 예다. 뇌졸중·뇌손상 등으로 걷는 데 장애가 생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로봇과 VR·AI 등을 결합한 보행재활 프로그램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다수의 의료기관에서도 보행재활 로봇을 도입해 환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관련기사



각종 장애로 신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힘든 환자들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다 보니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위해 특정 동작을 반복하면서 흥미도 쉽게 떨어질 수 있다. 또 기존 재활치료는 전문치료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첨단기술을 활용하면 환자가 자신이 원할 때 병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공간에서도 스스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재활치료의 효율성이 높아져 환자들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효과적인 재활치료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의료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지난해 25조원으로 5년 동안 약 50% 증가했다. 노인들은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졸중·치매 등으로 인해 재활치료 수요가 많다. 노인들이 첨단 ICT로 효과적인 재활치료를 받아 더욱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한다면 그만큼 사회적 의료비용도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 재활의학’ 분야가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로봇을 이용한 재활치료에 막대한 제품개발 및 구입 비용이 들지만 아직 정식 치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미래 재활의학 연구에 대한 보건당국의 지원도 부족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약 700만명에서 오는 2024년 1,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재활치료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 건강증진과 사회적 의료비용 감소를 위해 첨단 ICT를 이용한 재활치료 연구에 국가적으로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경효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