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통합론을 둘러싼 국민의당 내 호남계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안철수 대표가 주장한 ‘빅텐트론’이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오는 21일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계에서는 안 대표의 통합 의지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분당이 될 경우 안 대표가 당내 세력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최대 계파인 호남계는 분당 사태까지 거론하며 조직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 대표의 통합론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호남계 중진 의원들은 ‘평화개혁연대’를 결성하고 안 대표의 통합론에 맞서기로 했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은 주말 동안 모임을 갖고 호남 의원들 설득에 열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이 ‘호남 정당’을 기치로 내걸고 창당한 만큼 당내 최대 계파는 ‘호남계’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의원은 당 소속 의원의 절반이 넘는 21명이다. 안 대표와 뜻을 같이한다고 해도 호남에 지역구를 둔 탓에 호남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중도성향의 의원들이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이유다.
최근 수석대변인을 맡은 손금주 의원은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며 수석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손 의원이 통합론으로 악화하는 호남 여론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호남의 어른인 박지원 의원이 연이어 안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 발언을 하는 것도 호남계 의원들의 단속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골목슈퍼 둘 합한다고 롯데마트가 됩니까, 이마트가 됩니까”라며 통합론을 내세우는 안 대표를 비판했다. 최근에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 대표를 ‘저능아’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의원들 대부분은 비례대표 의원이다.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안 대표와 함께 탈당을 감행하기 어렵다. 탈당하면 그 날부터 의원직을 잃게 된다. 통합론에 호의적인 의원들은 수도권이 지역구인 의원들로 4명이다. 이를 고려하면 당이 쪼개질 경우 안 대표와 뜻을 같이할 의원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바른정당과 합당해 중도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당에서 최소 9명이 탈당해야 한다.
바른정당 상황도 복잡하다. 유승민 대표 선출로 당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3차 탈당설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보수진영 결집 움직임이 일고 있어 추가 탈당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유승민의 측근인 조해진 전 의원이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친이명박계 인사들은 바른정당 내 인사들과 접촉하며 한국당 복당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바른정당은 전당대회 전 12월 중순까지 통합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로 합의한 만큼 유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통합에 실패할 경우 12월 중순 이후 추가 탈당설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