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검찰에 재소환돼 9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앞서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원장을 상대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 전 원장을 상대로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 지시를 받을 사실을 자백한 이유와 발언 진위 등을 추궁했다. 이 전 원장은 자백과 관련해 ‘조서가 남는 검찰 조사와 달리 법정에서 말하는 것은 문서로 남지 않기 때문에 그간 차마 내 입으로 말하지 못한 것을 얘기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이 전 원장이 내놓은 자백이 증거 인멸 우려를 잠재워 영장이 기각됐다고 보고 있다. 같은 날 영장심사를 받은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은 모두 구속됐다.
이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특활비 상납을 요구했으며 전임 원장 때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라 생각해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진박 감별’을 위해 여론조사 비용 5억 원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지만, 특별히 용처를 설명하지 않아 불법행위에 쓰인 줄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이 청와대로 상납한 금액이 세 전직 원장 중 가장 많은 25억~26억 원에 달하고 불법 여론조사 비용 제공 등 별도 혐의도 있는 점에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