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와 국민의 사퇴 압박에 직면한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에서 사임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여·야당이 탄핵절차를 논의 중인 상황에서도 무가베 대통령이 버티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발이 확산될 조짐이 일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 수도 하라레에서 짐바브웨군 수뇌부와 비공개 회동을 한 뒤 오후 9시께부터 약 20분간 국영 TV를 통해 생중계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나에 대한 비판과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몇주 안에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며 내가 그 대회를 주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사의의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그는 마무리 발언에서는 “오늘 밤 부로 국가는 모든 단계에서 초점을 다시 맞출 것”이라며 “고맙다. 좋은 밤 보내라”라고 말했다.
앞서 정치권은 오는 20일 정오까지 퇴진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언론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이 군부와 사임에 합의했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무가베 대통령이 사의를 밝히지 않자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짐바브웨 참전용사협회 회장인 크리스 무츠방와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연설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우리는 탄핵을 추진하고 거리 시위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짐바브웨 의회가 20일 이후 무가베 대통령의 탄핵을 실제 추진할지 주목된다. 무가베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짐바브웨 의회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MDC는 과거 무가베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집권당 내에서도 무가베에 반대하는 기류가 있어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논의 중인 탄핵 사유는 무가베 가족의 재산 축적, 측근 부패와 권력 남용, 경제 파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