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병풍장관' 논란, 오해인가 오버슈팅인가

이현호 경제부 차장



‘병풍(屛風)’은 흔히 바람을 막거나 장식용으로 방 안에 치는 물건을 말한다. 그러나 그려넣은 그림의 품격에 따라 임금인지 고관대작인지, 양반인지 신분이 구분될 만큼 예로부터 중요한 장식품의 하나였다. 시대가 변해 요즘 젊은 층에서는 아무런 존재감이 없고 미미해 그저 장식이나 배경에 불과한 것을 나타낼 때 병풍이라는 말을 쓴다. 비하성 발언의 성격이 강해 입 밖으로 내뱉기 조심스럽다.

관가에서 최근 병풍이라는 단어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정확히 ‘병풍 장관’이라는 말이 돈다.


기획재정부가 주요 경제정책회의 때 관련 부처 장관을 참석시키려는 실무협의에서 양측 간에 빚어지는 마찰에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 기재부가 장관 참석을 요청할 경우 해당 부처에서 장관 대신 차관이 가겠다고 하면 기재부는 차관급이 올 거면 안 와도 된다고 핀잔을 주고 해당 부처는 그럼 안 가겠다고 맞서는 풍경이다. 기재부 장관은 경제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 경제부총리를 겸한다. 부총리 주관 회의에 관련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데 요새 경제부처 장관들은 김동연 부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을 꺼린다고 한다. 병풍 장관이 되기 싫다는 이유다. 김 부총리가 해당 부처 장관을 불러놓고 브리핑 과정에 대책 발표부터 질의응답까지 혼자 다하기 때문에 옆에 앉아 병풍처럼 있는 것이 불쾌하다는 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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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와 금융위원회는 특히 실무진 차원에서 고민이 깊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부총리보다 고시 기수로 선배이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이슈였던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결정 사안 발표 때마다 중앙은행 총재가 들러리로 전락하는 광경이 자주 연출되면서 내부의 불만이 팽배해 곤혹스럽다고 한다.

업무 스타일을 몰라 빚어진 오해일 수도 있다. 김 부총리를 출입처에서 두 번씩이나 마주한 기억을 되짚어봐도 지난 2013년 국무조정실장이던 당시 충격적인 가정사를 겪고도 주어진 업무가 최우선이라고 할 만큼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모습이 역력하다. ‘패싱’ 논란으로 맘고생이 컸던 김 부총리가 소신 발언을 하고 보폭을 넓혀나가는 과정에서 실무진이 ‘오버슈팅’한 측면이 부각됐는지도 모른다.

예측 불허의 북한 도발과 내년도 경기 불확실성 등 국내외의 안보·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자칫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라 부총리와 장관들 간에 갈등이 심각한 것처럼 각색돼 경제부총리가 또다시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분명한 것은 기재부의 장관 참석 요청에 해당 부처가 손사래를 치는 불협화음이 터져 나온다는 사실이다. 기재부가 음해세력의 꼼수라며 방어적 자세로 나온다면 역효과만 불러올 뿐이다. 경제부처의 맏형답게 새삼 회자되는 병풍 논란의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 처방을 내놓는 의연함을 보여주면 된다. /hhlee@sedaily.com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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