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이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까지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지난 9월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이어 검찰과 공정위 등 사정 당국의 압박이 비슷한 시기 집중되면서 효성이 느끼는 피로도도 극에 달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받는 효성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 이에 대한 이르면 내달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효성투자개발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부당 지원해 실질적으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이익을 제공했다는 참여연대의 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두 차례에 걸쳐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효성투자개발이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게 핵심이다.
발행된 CB를 하나대투증권의 사모펀드인 ‘하나HS제2호’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효성투자개발이 위험부담을 모두 부담하는 ‘총수익스와프계약(TRS)’을 체결했는데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효성투자개발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제삼자인 ‘하나HS제2호’를 이용해 간접 지원한 것을 두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효성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효성 측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사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하지만 속내는 억울한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공정위가 조사 중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관련한 부당 지원 건도 예전부터 효성은 적절한 담보를 제공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소유 주식을 고가 매입을 조 회장에게 요구했다가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고발해 사정 기관의 수사가 진행됐다는 점도 고발 내용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재계에서는 금융위·검찰·공정위라는 국내 3대 사정 기관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효성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효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돈가이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 회장을 고발한 조 전 부사장의 변호를 맡은 적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가장 꺼리는 사정 기관이 함께 움직인 것이 공교롭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9월 금융위는 효성이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며 과징금 50억원을 부과했고 뒤이어 지난 17일에는 2014년 조현문 전 부사장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뒤늦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히 검찰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다가 최근 수사가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검찰이 지난해부터 조 전 부사장의 고발 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그동안 크게 진척된 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효성은 잇따른 사정기관의 조사와 수사로 극심한 피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부당 지원 등 같은 사건을 사정기관이 제각각 조사 혹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부담감은 더 커지고 있다. 압수수색을 경험한 한 기업 관계자도 “사정기관의 조사가 시작되면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가 힘들 정도”라며 “검찰 한 곳도 힘든데 금융위나 공정위까지 가세한 상황이라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부담감에 받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강광우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