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경영도 해보고 정보통신부 장관도 했는데 작은 올챙이처럼 흩어져 있는 국내 벤처기업을 개구리로 제대로 성장시키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2006년 말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사모펀드를 창업하며 다진 각오다. 그는 서울 강남 양재동 사무실에 ‘일일학일일신(日日學日日新·매일 배워 날마다 새로워진다)’이라는 글귀를 크게 붙여 놓고 장관과 기업 재직 시절, 6명의 손주와 찍은 사진 등을 진열해놨다. 그는 2003년 2월 한 조찬포럼에서 ‘중국이 5년 내 반도체를 제외하고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강연했는데, 이 내용을 접한 당시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통부 장관으로 천거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경기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매사추세츠주립대 석사, 스탠퍼드대 박사를 한 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신화를 썼다.
“이제는 연기금 60% 등 펀드 규모가 2조원인데 중소기업을 인수해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 매출 500억~1,000억원짜리를 인수해 경영권을 가져와 혁신해 두 배로 키워 매각하죠.” 실제 그는 SCD를 인수해 일본 산쿄에 팔고 SIT와 테이펙스를 사서 각각 한화와 한솔에 매각하고 KCTL이나 아웃백스테이크도 사는 등 그동안 55개 기업에 투자해 27개 기업을 키워 엑시트했다. 이 가운데 십중팔구는 성공한 딜이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승승장구한 그도 정치에서는 ‘실패’의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그는 2006년 노 대통령으로부터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가라’는 말을 듣고 출마했다가 그해 5·31지방선거에서 김문수 지사에게 석패했다. “당시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없고 장관으로서 ‘IT839’ 등 IT 붐을 열심히 일으켰던 것을 현장에 접목해보고 싶기도 했지요. 하지만 선거에서 지고 나니 한동안 잠도 잘 못 자다가 지인들과 백두산에 갔는데 천지를 보고 스카이레이크(천지)를 창업하겠다고 마음을 굳혔죠.” 선거 실패에 따른 공허함을 딛고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육성에 나선 배경이다. 이후 그는 2007년 11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고문으로도 참여했으나 공직을 맡지는 않았다.
창업한 이후 한동안은 펀드출자자(LP)가 돈을 잘 주지 않아 2007년 만든 1·2호 펀드의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금융 쪽에서 일한 인력을 잘 꾸려 현금 흐름이나 성장 가능성, 핵심 역량, 경영 마인드를 본 뒤 인수해 2012~2013년에 각각 10%가량 성과를 내면서 커지게 된다.
진 회장은 “기업을 인수하면 먼저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을 깔아 현금 흐름을 매일 체크하고 박사를 지방공장에 보내 신제품을 개발한다”며 “이후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매수가보다 갑절 정도에 매각하는 게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옵티스로부터 팬택 인수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한 것도 그의 선구안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