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국당은 공수처가 ‘옥상옥’이라면서 절대 불가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당 소속 의원들과 보수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심상치 않게 돌아서자 방향을 틀고 있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검찰의 인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검찰이 태생적으로 대통령에 예속될 수밖에 없고, 향후 수사 역시 현실적으로 야당에 불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수처에 대한 기류 변화는 홍준표 대표의 발언에서도 감지됐다. 홍 대표는 앞서 지난 9월 19일 공수처와 관련해 “대통령이 사정으로 ‘공포정치’를 하려고 작심했나 보다”라며 반대의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에는 검찰을 ‘정권의 충견’이라고까지 맹비난하면서 “검사들이 정의와 의기를 상실했다면 이제 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공수처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검찰 스스로가 국민의 검찰로 태어나지 못한다면 검찰에 과감한 메스를 대야 한다”며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하면 머지않아 국민의 신뢰를 잃고 남의 손으로 잡범이나 잡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특히 공수처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이 아닌 야당에서 공수처장을 복수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들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수처 소속 검사에 대한 선발과 인사권도 공수처장이 전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당시 야3당이 추천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그러나 아직 공수처 신설을 당론으로 정한 것이 아니어서 당내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설사 공수처 신설을 당론으로 확정한다고 해도, 정부안은 공수처장을 국회가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야당에서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