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獨 연정협상 결렬...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선 메르켈

난민문제 등 이견...자민당 퇴장

재선거보단 소수정부 출범에 무게

총리직 상실 가능성까지 대두

유로화가치 두달새 최저치 급락

19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립정부 협상이 실패한 사실을 알리며 눈을 감고 있다./베를린=AFP연합뉴스19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립정부 협상이 실패한 사실을 알리며 눈을 감고 있다./베를린=AFP연합뉴스


4연임의 여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끝내 눈을 감았다. 독일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 ‘마라톤 협상’이 연장시한인 19일(현지시간) 자정 직전 결국 결렬되면서다. 메르켈 총리는 “유감”이라며 “어려운 시간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앞날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굳건했던 ‘메르켈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앞날과 메르켈 4연임 가능성 모두 예상치 못한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유로화 가치가 엔화 대비 두달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은 녹색당과의 정책차이 등을 이유로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연정 실패를 공식화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는 “4개 정당에 공동 비전이나 신뢰가 없다”며 “불성실하게 통치하느니 통치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밝힌 뒤 협상장을 이탈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와중에도 높은 경제성장과 역대 최저의 실업률을 이뤄낸 메르켈 총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번에도 난민 이슈였다. 협상장에서 여러 정책이 대립했지만 각 당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부분은 난민에 대한 문호개방을 둘러싼 문제였다. 애초에 집권당이 30%대의 낮은 지지율을 얻어 연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도 난민 문제 때문이었다. 여기에 난민 의제로 부상한 극우 성향 독일을위한대안(AfD)당이 제3당으로 연방의회에 처음 진출하면서 연정 해법은 더욱 꼬였다.


협상 결렬로 독일의 선택지는 더욱 어렵고 복잡해졌다. 일단 현지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가 냉각 후 재협상을 하거나 사민당·녹색당 등과 또 다른 연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전 대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이 연정 참여에 회의적이고 재협상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서 보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녹색당 등과의 연합이나 단독 소수당 정부 출범 쪽이다. 재선거를 치를 수도 있지만 이는 극우세력이 더 득세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메르켈 총리가 가장 꺼리는 일이다. 다만 도이체벨레는 총리가 재선거를 요구할 수 있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재선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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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메르켈의 총리직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독일 일간지 빌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4%는 연정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메르켈이 총리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이미 메르켈 리더십이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재선거를 치른다면 기민·기사 연합이 제1당을 놓쳐 4연임이 물 건너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수당 정부가 들어서도 법안 통과 때마다 연합이 필요해 총선 이후 약해진 총리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각 정당에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입장 재고를 요청하는 등 설득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20일 “독일에 새로운 정부를 만들기 위해 각 정당은 입장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 주 모든 정당과 만나 입장 재고를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정 불발은 글로벌 시장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에릭 슈바이처 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은 “논제 지연 등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기업들에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관계 설정의 주도권이 프랑스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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