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공공기관 비상임이사에 시민단체 추천 인사 한 명을 반드시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새 정부 공약인 노동이사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이를테면 참여연대 출신 인사가 공기업 경영에까지 참여하는 셈인데 시민단체의 권력이 과도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개정안에는 공기업·준정부기관 비상임이사에 근로자대표와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을 각각 한 명씩 포함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기업 비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고 준정부기관은 주무기관장이 선임하도록 할 뿐 별도 자격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개정안대로라면 한국동서발전의 경우 비상임이사 5명의 40%인 2명을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추천 인사로 채워야 한다.
법안은 의원입법 형식이지만 여당이 기재부와 조율하는 사실상의 정부 입법이라 현실화할 가능성은 더 높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과제인 노동이사제와 관련법으로 정부와 함께 준비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 지배구조개선책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밝혔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등 근로자 대표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이었지만 실제 여당 개정안에는 시민단체 추천인사까지 포함됐다. 시민단체의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시민단체 출신 다수가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한 가운데 123곳(2017년 현재)에 이르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이사까지 차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기재위 역시 이 개정안에 “시민단체 추천자는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부적격자가 임명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 기재위는 21일 열리는 경제재정소위에서 이 개정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세종=임진혁·박형윤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