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政爭 희생양 된 경제법안]여야 바뀌면 태도 돌변...예산부수법안·서비스법 먼지만

올해 국내 정치권에서 가장 히트를 친 유행어를 꼽자면 단연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여당이 야당으로 바뀌고 반대로 야당이 여당이 되면서 과거의 태도가 갑작스레 돌변하는 행태를 꼬집을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내로남불의 잘못된 악습이 연속성과 일관성이 생명이어야 할 법안 처리 과정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과거 여당 또는 야당 시절 추진해오던 법안이 정권교체 이후에는 입장이 180도로 바뀌면서 폐기 처분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해야 할 국회가 숱한 말 바꾸기로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이사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로 여야가 바뀌자 두 당의 입장은 정반대로 돌변했다. 한국당은 국민의당·바른정당과 함께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여당은 자신들이 야당일 때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내놓은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회피하고 있다”며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내놓은 것을 그대로 하면 된다”고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압박했다. 또 민주당은 야당 시절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의 협의 없이 예산 부수법안을 지정하는 자동부의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집권여당이 된 후에는 오히려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초고소득자를 상대로 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세법개정안 등에 야당이 반대하자 국회의장의 예산 부수법안 지정 가능성을 믿고 예산심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며 담뱃세 인상을 추진했다가 야당이 되자 다시 서민증세라는 이유로 담뱃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또 여당일 때는 추가경정예산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다가 야당이 돼서는 추경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식물국회’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모두 개정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여야가 바뀔 때마다 태도가 돌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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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 성장의 마중물이 돼줄 법안들마저 여야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규제완화법안인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부터 줄기차게 처리 필요성이 논의됐지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민주당도 일부 독소조항을 제거한 보완 입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최근 당정청이 비공개 회의를 통해 반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내 국회 처리 가능성은 또다시 요원해졌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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