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세는 글로벌 기업이 진출한 국가에서 이익을 내지 않았더라도 매출이 발생했으면 세금을 내는 세제다. 순익 대신 발생한 매출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상원이 논의하는 방안은 구글,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 즉 ‘무형의 디지털 상품’을 구매하는 이탈리아 기업이 구매금액의 6%를 유보해 이 금액을 이탈리아 국세청에 내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이 구글 등에 지불하는 30유로 미만 거래는 예외로 둔다.
이 방안은 내년 예산안 법안에 대한 수정안에 담긴 내용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형평세 도입은 하원의 승인도 필요하다. 하원은 예산안을 올 연말까지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상원 산업위원회 위원장인 마시모 무체티 민주당 의원은 FT에 “이탈리아는 이 문제에 정치적인 추진력을 주고자 한다”면서 “이 조치는 탈세에 대한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세부내용을 놓고 이견이 있을 것 같지만 형평세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중도 좌파 집권 민주당(PD)이 형평세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내년 초 총선을 앞둔 가운데 형평세는 민주당 내 좌파 진영에 매력적인 조치인 만큼 마테오 렌치 대표의 당 단합을 위한 노력에 도움이 된다고 신문은 봤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가 이끄는 내각도 형평세 도입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재무부 한 관리는 이탈리아가 디지털 판매세를 도입하는 첫 국가가 되는 일은 고무적이라면서도 “EU 조약에 어긋나는 제안은 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이런 움직임은 범 EU 차원의 형평세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진행돼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EU 재무장관들이 모여 형평세 도입 여부를 논의한 자리에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0개국이 도입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반면 아일랜드, 몰타, 키프로스 등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외 덴마크, 체코, 룩셈부르크, 스웨덴 등은 유보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형평세 도입이 EU 회원국의 만장일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고 프랑스 등은 공동 도입이 여의치 않으면 독자적으로라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형평세 논의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 IT 기업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구글 등이 EU 회원국에서 거둔 순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있지만, 아일랜드등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이익을 돌리는 편법을 취해 자국에선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불만이 EU 주요 국가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