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한 달 전 달러당 1,130원을 웃돌았던 원화는 지난주 1,097원을 기록했다. 달러당 원화의 가치가 3%가량 비싸진 것이다. 최근 원화가 강해지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한국 경제전망이 밝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3·4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이에 근거해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상향 조정했다. 둘째, 한국은행이 11월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차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원화의 상대적 강세를 이끌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핵 문제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추가 악화되지 않고 소강 국면을 보이는 점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원·달러 환율은 1,100원과 1,200원의 박스권에서 움직여왔다.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달러 강세라는 대외환경과 원·달러 환율의 구조적 수급 변화가 환율의 박스권을 만들어왔다. 달러의 수급 측면에서 보면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달러화 수급의 근본적인 틀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경상수지보다 금융투자에 따른 달러 수급 변화가 환율의 변동을 더 잘 설명해준다. 2014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경상수지는 꾸준하게 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1,100~1,200원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것은 경상수지에 의한 달러 유입보다 더 큰 규모로 대외 순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외국인투자·경상수지에 의한 달러 유입 금액보다 해외투자 등 대외투자에 의한 달러 유출 규모가 더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의 해외투자 증가는 이제 초기 단계로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달러의 약세 반전, 외국인투자 증가에 따른 대외 순투자 강도 둔화 등의 변화를 감안했을 때 1,100~1,200원의 원·달러 박스권은 한 단계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까지 시계열을 늘려본다면 환율은 1,050원에서 1,150원의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근거한 해외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해외투자 수익률은 해외투자 자산의 수익률과 환 수익률로 구성된다. 투자기간에 따라 환 노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년 이상의 장기투자자라면 환을 노출시키는 것이 오히려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환율과 주식 등 대부분의 투자자산이 역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기간이 1년 이내라면 환 헤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환율 변동성을 고정하는 환 헤지가 필요하다. 달러의 방향성에 투자하는 단기투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율 박스권이 한 단계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 원·달러 환율의 고점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달러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을 낮추고 적정 진입가격대도 박스권 하향을 감안해 현재보다 낮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