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호(號)가 드디어 닻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195일 만이다. 새 수장을 맞으며 위용을 갖춘 중소벤처기업부는 △혁신 성장 △일자리 창출 △공정 경제로 압축되는 시대적 과업에 팔을 걷어붙인다는 각오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만큼 타 부처와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홍 장관은 입고 있는 옷(교수·시민단체·국회의원)이 달라도 ‘반재벌·친중소기업’의 입장은 한결 같았다. 홍 장관과 떼어놓을 수 없는 구호가 바로 ‘재벌 개혁’. 후보자 시절 만난 그는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대기업이 있다면 저부터 상대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수호자’를 자처했다. 홍종학 장관이 지휘하는 중기부의 정책 입안과 실행 과정에서 강공 드라이브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장에서도 초대 장관인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홍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네 바퀴 성장론(일자리·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공동 구상자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6개월간 ‘네 바퀴’ 중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담론을 강조해왔다. 홍 장관은 나머지 두 바퀴인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경쟁을 뜻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일에 적극 나서면서 △대기업의 기술탈취 △골목상권 침탈 △생계형 적합업종 도입 등에 날카로운 메스가 가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홍 장관은 대기업의 기술탈취 관행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국가 대계인 창업 활성화의 필요조건으로 꼽히는 인수합병(M&A)이 국내 산업계에 통용되지 않는 것도 기술탈취 관행이 가져온 부작용이라는 게 홍 장관의 판단이다. 홍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대기업과 기술 관련 거래를 할 때 반드시 기술임치제도를 이용해 중기부에 기술을 보관하도록 하겠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포함해 반드시 기술탈취만큼은 막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창업 활성화 대책 후속 조치도 시급한 현안이다. 창업대책 주무부처인 중기부가 장관 공석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구체적 발언을 자제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제 목소리를 내면서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벤처투자촉진법(가칭) 제정 △중기부 중심의 창업정책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 등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혁신창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 연구소, 대학 등에 산재한 고급 기술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품질 기술창업 활성화’라며 “교수나 석박사 인력, 연구소 전문인력 등 특정 분야에서 10년 이상 전문성을 쌓인 고급 인력을 통해 혁신 성장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홍 장관이 중기부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며 혁신 성장의 주도권을 갖고 끌고 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현정 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서경 펠로)은 “중앙부처로 승격한 중기부가 여전히 힘이 없는 부처라는 게 지금 현장의 진단”이라며 “혁신 성장이 핵심 키워드로 부각하면서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홍 장관이 세심한 전략과 강한 추진력을 갖고 혁신 성장의 이니셔티브를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소기업청 시절의 정책이 ‘집행’ 중심이었다면 부처로 승격된 지금부터는 ‘기획’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는 만큼 기획 초기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1,347개로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지만, 부처간 원활한 협의를 통해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중기부의 총괄·조정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집행’ 중심의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기획’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옮겨, 지원사업 초기 단계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세세히 담아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 장관은 조만간 공석으로 남아 있는 1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인사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중기벤처부 1급 자리 중에서 중소기업정책실장, 창업벤처혁신실장에 대한 공개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총 9개 산하기관 중에서는 차관급인 중기옴부즈만과 동반성장위원장 후속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