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기구인 경찰위원회가 경찰청을 관리·감독하고 국가수사본부와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경찰 권한을 분리하는 경찰개혁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검경 수사권 독립 이후 비대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찰권을 견제하고 수사 공정성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구상을 담아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경찰의 권한만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경찰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는 21일 경찰 내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차관급 대우로 국가수사본부장을 임명하는 내용을 담은 ‘일반경찰의 수사 관여 차단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수사에 관한 정책 수립과 지도·조정을 담당한다.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착수부터 구속영장 신청, 사건 송치까지 독립적으로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찰위원회에서 외부 개방직으로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일정한 수사경력을 갖춘 경찰관이나 판사·검사·변호사·법학 관련 교수 출신에 한해 선출할 수 있다. 임기는 3년 단임이며 임기 직후에는 경찰청장 임명이 제한된다. 편파·표적 수사를 막기 위해 국가수사본부장이 직접 지휘하는 수사 부서도 만들지 않기로 했다. 개별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지방청 부장, 경찰서 수사·형사과장 등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에게 부여된다. 기존에 경찰청장·지방청장·경찰서장을 통해 이뤄지던 개별사건 수사 착수와 진행, 송치, 수사팀 지정 등 수사지휘권은 폐지된다. 수사부서의 독립에 따라 경찰청장이 지휘하는 경찰청 내 직접 수사부서도 폐지되고 지방청 광역수사대로 흡수·통합된다.
국가수사본부 설치는 앞서 발표한 개혁위 권고안과도 맞물려 있다. 개혁위는 경찰위원회를 경찰청 상급기관으로 격상하고 경찰청장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권고안에는 전국 시도 소속의 자치경찰에 음주단속과 성범죄 수사권 등을 이양하는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 도입도 담겨 있다.
권고안이 실현되면 그동안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걸림돌이 됐던 경찰 수사의 신뢰성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 독립성을 지키고 광역 수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인 국가수사본부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조직 쪼개기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오히려 업무 수행에 혼선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경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이를 전제로 한 각종 개혁에 대한 요구들이 쏟아져나오는 데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개혁위는 “수사권 조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권고안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경찰 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확신과 사회적인 여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