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조각 끝났지만 협치는 산산조각..예산·세법 등 험로 불보듯

■ 홍종학 중기부장관 임명 강행

文 "반대 많았던 장관이 잘해"

한국당 "법안·남은 인사 저지"

국민의당도 "구태 답습" 비난

헌재소장·감사원장 표결부터

공수처·공무원증원 등 빨간불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홍종학(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홍종학(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게 21일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은 역대 최장 구성기간(195일)이라는 ‘오명’을 쓴 채 출발했다. 야당은 “국회를 외면한 처사”라며 “더 이상의 협치는 없다”고 반발해 내년도 예산·세법개정안 국회 통과, 헌법재판소장 인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제정 등에 난항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홍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반대가 많았던 장관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며 “가설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조각을 마무리하는 게 매우 시급하고 중기부의 갈 길이 바쁘다는 점을 감안해 야당도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임명장을 받은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구성까지 걸린 기간은 김대중 정부(174일) 때의 사상 최장 기록을 넘었다. 또 홍 장관은 이번 정부에서 국회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다섯 번째 고위공직자가 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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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야당을 이토록 무시하면서 국회에 협치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인사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예산을 비롯해 국회에서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청와대의 오만과 독선에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맞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장 대변인은 홍 장관을 ‘홍종학 전 의원’으로 지칭하며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국민은 후안무치한 홍 전 의원을 결코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홍종학씨를 홍종학 전 의원으로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국회가 부적격으로 판단한 후보자를 또 임명한다는 것은 국회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으로 노골적인 협치 포기”라고 비난했다. 또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여당의 비판이 사라지면서 여당이 안 보이고 있다”며 “자신들이 그토록 여의도 출장소라 비판했던 구태적인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정권의 인물난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절세 노하우를 전수하는 곳으로 만들 수는 없다”며 “임명 강행 이유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임명”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고위공직자 인선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표결이 오는 24일 열리며 다음달 1일로 임기가 끝나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임도 표결이 필요하다. 내년도 예산안·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 법정 시한(12월2일)도 코앞이다. 청와대 내부에조차 “안 그래도 최저임금 3조원 지원, 공무원 증원 등을 놓고 야당의 반발이 심해 법정 시한 내 통과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감지된다. 조국 민정수석이 직접 나선 공수처 설치법 제정, 근로시간 단축(주당 68시간→52시간) 법안, 민간기업 기간제 근로자 원칙적 채용금지 법안 등 개혁법안 통과도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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