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슈&스토리] 최고실적 정유사는 임금 1% 올렸는데, 죽쑤는 車는 7% 올려달라니...

■ 최고 연봉 노조들의 상반된 임협

정유 4사 노사 업황 공유

"임금인상보단 복지 강화로"

최악의 해 현대·기아차는

"기본급에 성과급 달라" 요구

2215A12 자동차정유업계연봉




국내 정유 4개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노사 간 큰 갈등 없이 마무리되고 있다. 정유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임금인상 폭도 클 것이라고 봤지만 대부분의 정유사가 예상외로 1% 인상률에 합의하고 있다. 반면 사업 부진에 허덕이는 완성차 노조는 받아들이기 힘든 안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올해 ‘인상률 1%, 타결 격려금 150% 지급’ 조건에 합의한 뒤 노조원 투표를 거쳐 최근 협상이 타결됐다. 이에 따라 앞서 임금협상이 끝난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의 올해 임금인상률은 모두 1% 인상으로 결정됐다. 현재 협상 막바지인 S-OIL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내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다. 이미 3·4분기까지 5조6,255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의 70%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인상률이 1%에 머문 것은 노사가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정유사들은 부침이 심한 업황에 근본적인 불안감을 갖고 있다. 실제 올 2·4분기 국제 유가가 갑작스럽게 하락해 정제마진이 악화되면서 이익도 큰 폭으로 줄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고정 인건비가 크게 오르는 임금인상보다는 복지 강화 등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노조가 이해하고 양보해 당장 높은 인상률보다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과거 정유업계 노조는 자동차나 중공업 못지않게 ‘강성’이었다. 지난해는 GS칼텍스가 11월에야 협상을 마쳤고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정유업계 임금협상에서는 큰 갈등이 보이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금 물가 연동제’를 도입하며 4개월 만에 임금협상을 타결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9월 임금인상률 1%, 기본급 대비 150% 격려금 등의 협상안에 노사가 합의했다.


물론 개별 기업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예상보다 적은 인상률에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실적이 좋을 때 임금을 최대한 많이 올리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라며 “올해는 노조가 상당한 양보를 한 만큼 앞으로 사측의 태도가 정유업계 노사관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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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임금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실적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기업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인상률을 요구하는 노조의 책임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4,883원(7.13%, 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익 30% 성과급 지급을 비롯해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근속포상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기아차 노조 역시 기본급 15만4,883원(기본급 대비 6.93%·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해 3·4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16% 급감하고 판매량은 6% 감소한 상황이며 기아차 역시 3·4분기 적자 전환하며 3·4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64.5% 급감한 상황이다.

한국GM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 2014년 이후 3년간 누적적자가 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기본급 대비 7.2%)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지급 등을 요구하며 올해 총 56시간 부분파업했다. 적자를 보는 기업이 들어줄 수 있는 요구가 아닌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평균 연봉은 1억원 가까이 돼 독일이나 일본기업보다 월등하지만 생산성은 높다고 할 수 없다”며 “왜 귀족노조라고 불리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성호·강도원기자 junpark@sedaily.com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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