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준비 안된 대학생에 부실 창업 부추겨서야

대학생들이 준비 안 된 창업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부 재정지원에 눈먼 대학들이 철저한 준비나 지원책 마련도 없이 학생들을 창업으로 떠미는 바람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청년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모대학의 경우 창업동아리에서 활동하다 학교 측의 권유로 창업했던 학생 30여명 중 90%가 1~2년 만에 그만뒀다고 한다.

학교에서 창업 전폭 지원을 약속하고서 막상 1년간 도와준 것은 사무실 공간과 사무용품 구매대금 100만원이 고작이었다. 제대로 된 지원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창업을 독려했으니 성공사례가 나올 리 만무하다. 실제 대학의 창업실적은 초라하다. 최근 3년간(2014~2016년) 학생 창업기업은 9개에 불과하다. 고용도 미미하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대학평가에 필요한 실적을 쌓기 위해 창업학생 수 늘리기에 급급한 대학의 책임이 크다. 수도권의 한 대학은 정부 예산을 타내려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학생들에게 사업자등록을 대행해준다고 구슬려 창업을 사실상 강권했다고 한다. 경험·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으니 백전백패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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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한 자유롭지 않다. 학생들의 부실창업에는 실적 위주 대학평가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각종 대학평가지표에서 창업실적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특히 새 정부도 이달 초 혁신창업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학평가 때 창업실적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들의 창업실적 압박이 심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해 걱정스럽다.

내실 있는 지원보다는 숫자 늘리기에만 골몰하는 대학, 평가를 들이대며 실적을 내놓으라는 정부 모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성급한 창업에 떠밀리는 학생은 계속 나올 것이다. 대학의 창업지원 체계와 실적중심의 대학평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손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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