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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종영] 서현진은 사랑을 하고 싶어졌을까

“사랑을 포기한 상태에서 하명희 작가님을 만났고, 작가님이 ‘이 드라마를 하고 나면 사랑이 하고 싶어질 거’라고 하셨어요.”

한번 식어버린 온도는 좀처럼 오를 줄 몰랐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를 연기하기 직전, 하명희 작가로부터 ‘드라마가 끝날 때 쯤 사랑을 하고 싶어 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서현진은 모든 것을 마친 현재 과연 사랑이 하고 싶어졌을까.




사진=‘사랑의 온도’ 캡처사진=‘사랑의 온도’ 캡처


온라인 채팅으로 시작해 현실에서 만나게 된 드라마 작가 지망생 현수(서현진 분)와 프렌치 쉐프를 꿈꾸는 정선(양세종 분) 그리고 다양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피상적인 관계에 길들여져 있는 청춘들의 사랑과 관계를 그리고자 했던 ‘사랑의 온도’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로맨틱코미디 혹은 법정을 배경으로 하는 장르물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멜로드라마는 안방극장의 구미를 당기게 하기에 충분했으며, 주인공은 ‘로코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서현진과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인정받은 ‘떠오르는 신예’ 양세종이었다.

이 같은 사람들의 관심을 증명하듯 ‘사랑의 온도’의 시청률 상승 곡선 또한 순조로웠다. 첫 방송 당시 7.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한 ‘사랑의 온도’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더니 지난달 9일 방송된 14회에서는 무려 11.2%를 기록,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할 뿐 아니라 월화드라마 1위까지 거머쥐면서 기분 좋은 성적을 이어나갔다.

뜨겁게 타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오르던 ‘사랑의 온도’에 제동이 걸렸다.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사랑의 온도’의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6일 방송된 27회에서는 5.7%까지 떨어지면서 자체최저시청률을 경신하기까지 했다. 월화드라마 1위 자리 또한 경쟁 작인 KBS2 ‘마녀의 법정’에 내준지 이미 오래였다. 잘 나갔던 ‘사랑의 온도’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안방극장이 ‘사랑의 온도’를 외면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사랑을 인지하는 타이밍이 달랐던 여자 현수와 남자 정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그리며 공감대를 형성했던 ‘사랑의 온도’가 뒤로 갈수록 극중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설정들이 무너지면서 설득력이 잃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캐릭터 붕괴’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일어났으며, 이는 주인공인 이현수와 온정선, 그리고 박정우(김재욱 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이들은 조보아가 연기한 지홍아에 비하면 고마운 수준이었다. 금수저 작가 지망생으로 이현수를 지지하다가 온정선과 삼각관계에 휘말리며 갈등을 일으키고자 했던 지홍아는 쉽게 공감할 수 없는 감정선으로 극의 중심 스토리에서 멀어지더니, 결국 제일 먼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사진=‘사랑의 온도’ 포스터사진=‘사랑의 온도’ 포스터


서현진이 연기한 이현수와 온정선도 마찬가지였다. 이현수는 온정선과 박정우 사이에서 이른바 ‘간을 보는’ 어장관리녀처럼 그려졌으며, 온정선은 과거의 기억으로 사랑에 대해 과민 반응하는 남자, 그리고 박정우는 돈으로 멀쩡히 사귀고 있는 사람을 흔드는 남자로 극 중간에 한 번 이상씩 정체성이 흔들렸던 것이다. 만약에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각 인물들의 감정 변화는 갑작스러웠고, 결국 시청자들은 이를 따라가는데 있어 피곤함을 느끼고 말았다.


과도하게 멋을 부린 하명희 작가의 대사 또한 ‘사랑의 온도’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무리 아름답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와 장면, 연기라고 해도 필요에 따라 때로는 덜어냄도 필요한 법이다. 가뜩이나 감정이 과잉된 ‘사랑의 온도’에서 대사마저 필요 이상으로 흘러넘치다보니 과유불급의 상황이 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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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의 몰락은 배우들에게까지 타격을 주고 말았다. 데뷔 후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서현진은 ‘사랑의 온도’로 인해 똑같은 연기를 한다는 지적 아닌 지적을 받은 것이다. 정확한 발성과 풍부한 표정으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오롯이 연기한 서현진이지만, 캐릭터가 힘을 잃다보니 이에 대한 피해가 서현진에게 고스란히 간 것이다. 이는 전작인 ‘듀얼’을 통해 연기력 호평을 받았던 양세종 또한 동일하게 적용됐다.

중반부부터 길을 잃고 지루한 사랑싸움을 그려나가던 ‘사랑의 온도’는 마지막에 가서야 복잡하게 꼬아놓은 감정과 사건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서 급격한 해피엔딩으로 봉합을 했다.

서현진과 양세종이 결혼하며 행복한 마지막을 맞았다. 현수를 놓고 갈등을 벌였던 정선과 정우는 화해했고, 현수와 정선은 결혼을 하며 우여곡절 많은 연애를 끝마쳤다. 현수와 홍아는 나란히 드라마가 대박을 터뜨리며 흥행작가가 됐으며, 정우는 자신이 이끄는 온엔터가 유명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으며 승승장구했다. 마지막에 가서야 기적처럼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은 너무나 뻔했고 진부하기 그지없었다.

‘사랑의 온도’의 가장 큰 실패의 요인은 결국 극본에 있었다. ‘사랑의 온도’는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 ‘상류사회’ ‘닥터스’ 등을 집필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하명의 작가의 작품이다. 하명희 작가의 강점으로 꼽히는 할 수 있는 내용을 뻔하지 않게, 그리고 등장인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 만드는 감성 로맨스는 ‘사랑의 온도’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

연애감성을 자극하고자 했던 ‘사랑의 온도’는 차갑게 식어버린 상황에서 씁쓸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건드리다가 만 ‘사랑의 온도’는 적어도 이현수를 연기한 서현진에게만이라도 ‘연애의 설렘’을 느끼게 해 주었을까.

한편 ‘사랑의 온도’ 후속으로는 윤균상, 정혜성 주연의 ‘의문의 일승’이 방송된다. 오는 27일 첫 방송.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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