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청와대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청와대 경제라인의 한 고위관계자가 최 위원장과 직접 만나 “국민들이 가장 바라고 실제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금융개혁”이라며 이같이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출범 후 반년이 되도록 다른 부처와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청와대가 직접 실질적 개혁을 압박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공약집에서 △금융소비자의 부담 완화 및 보호 강화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 금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분리 등 금융개혁을 내세웠다. 서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의 특성상 관련 제도가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고 과도한 수수료 책정, 시중금리의 불합리한 조정 등으로 피해가 크니 ‘포용적 금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금융권의 ‘보신주의’로 유망한 벤처기업에 자금이 흘러가지 않으므로 ‘생산적 금융’을 해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손해보험협회 등 민간협회나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 선출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나오는데다 우리은행 등의 특혜채용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비판여론이 가시지 않는 데 대해 청와대가 직접 경고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생산적·포용적 금융도 원론만 있지 구체적인 각론을 만들지 못해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질책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금리장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기업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금융당국이 당근과 채찍으로 압박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것이다. 또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당국도 핀테크 사업을 키우는 데 일조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스탠스는 일단 규제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보신주의에 젖어 있어 이에 대한 불만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최 위원장의 콘텐츠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갖가지 대책을 쏟아내기는 했지만 금융권의 판을 근본적으로 흔들 만한 굵직한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갑갑함이 청와대를 직접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