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아차 노조, 통상임금 3차 소송]1·2차와 달리 새로운 법리다툼 없어… "임단협 등 겨냥한 사측 압박용 카드"

회사에 3년치 소급분 청구

"노조 목소리 높이기 도구 역할"

사측, 신중대응속 파장에 촉각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515A11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주요 내용


통상임금 1심에서 승소한 기아자동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과 관련한 3차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에서 또다시 통상임금 문제를 다투게 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3년 치 통상임금 소급분을 회사에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앞서 열린 재판에 포함되지 않았던 지난 2014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의 통상임금 소급분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소송에는 조합원 2만6,651명이 참여했으며 소송가액은 2011년 1차 소송의 절반 수준인 3,000억~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기아차(000270) 노조는 “3차 소송은 조합원들의 체불임금에 대한 채권 소멸시효를 지키기 위해 지극히 정상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2008~2011년 통상임금 소급분을 요구하는 1차 개별소송과 2011년 11월~2014년 10월 통상임금 소급분을 요구하는 2차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8월 말 두 소송을 병합한 1심에서 “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에 반영해 사측은 원금 3,126억원, 지연이자 1,097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3차 소송은 일률성·고정성·정기성 등 통상임금 요건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두고 치열하게 법리 다툼을 벌였던 1·2차 소송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3차 소송은 1차 소송 판결에 따라 회사가 지불해야 할 통상임금 소급분을 ‘즉시 지급하라’는 노조의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3차 소송을 내세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상여금·중식대 등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상황에서 앞선 소송과 내용이 동일한 소송을 추가해도 노조에 불리한 새로운 법리 다툼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요 쟁점인 ‘신의성실의 원칙’이 3차 소송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점도 노조가 3차 소송이라는 카드를 자신 있게 꺼내 든 이유로 꼽히고 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나온 “통상임금이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위기를 초래한다면 신의칙을 위배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나온 2014년 이전 부분만 해당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추가 수당 요구가 기업의 생명줄까지 위협하지 못하도록 한 법적 안전장치가 없어진 셈이다. 노조 측 대리인 김기덕 변호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2차 소송에서 신의칙 부분을 다투고 있는데 3차 소송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항소심에서 사측의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확립된 2014년 이전에 해당하는 것만 신의칙 여부를 주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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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도 3차 소송이 회사에 대한 새로운 압박 카드로 쓰일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강상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은 “이미 같은 내용으로 법원이 1·2차 소송에서 통상임금을 인정해 승소 가능성이 높지만 사측이 전향적으로 나오면 소송을 취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 대형 로펌의 노동전문 변호사는 “기아차 노조의 요구는 결국 이번 소송이 노조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도구 역할이라는 걸 고백한 셈”이라며 “3차 소송은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를 향한 비난 여론이 퍼지기 전에 다툼을 마무리하기 위한 출구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사측은 “향후 법적 절차에 따라 충실히 소명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앞으로의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회사는 통상임금 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상당 기간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기아차는 8월 통상임금 1심 패소 여파로 1조원에 가까운 충당금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10년 만에 3·4분기 적자 전환했다. 특히 올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판매 급감, 내수 부진이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만도 역시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이 어려워진 분위기인 만큼 3차 소송도 사측에 불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9월 하순부터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하고 있다. 추가로 통상임금 비용이 발생하면 비상경영에 준하는 다양한 방안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현섭·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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