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 작가의 속내도 샅샅이…법의학으로 본 예술

■문국진 지음, 이야기가있는집 펴냄



세상을 구원한다는 뜻을 가진 ‘살바토르 문디’가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뉴욕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약 5,000억 원에 낙찰됐다. 전 세계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세운 이 그림을 두고 ‘진위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위작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림 속 예수가 왼손에 든 커다란 수정 구슬을 문제 삼는다. 빛의 굴절에 대한 광학 연구와 해부학적 지식이 충만했던 다빈치가 구슬 뒤에 비친 손바닥을 아무런 왜곡없이 그렸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이 작품을 법의학 전문가가 봤으면 어떻게 판단했을까? 국내 제1호 법의학자인 저자가 법의학의 관점에서 28개 주제로 다양한 예술작품을 분석했다.


이탈리아 귀족 출신으로 아버지의 학대를 못견뎌 살해를 저질렀고 그 바람에 참수당한 베아트리체 첸치(1577~1599)는 미모가 뛰어났고 화가 귀도 레니(1575~1642)가 그녀의 초상을 그려 남겼다. 사형 직전 물기 머금은 촉촉하고 큰 눈으로 원망하듯 뒤돌아보는 이 그림은 후대 화가들도 많이 모작했을 정도로 강렬했다. 이후 1817년 이 그림을 감상하던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무릎에 힘이 빠지고 심장이 급격하게 뛰면서 의식을 잃고 죽을 것 같은 경험을 했다. 그런데 ‘베아트리체의 초상’을 보고 스탕달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외국인 관람객 중 한 달에 한 명 꼴로 발생했다. 이후 탁월한 예술작품으로 인해 이처럼 극한 정신적 충격을 경험하는 것을 두고 ‘스탕달 신드롬’이라 부른다.

관련기사



고야가 즐겨 그린 ‘마하’의 실제 주인공이 누군지를 찾기 위해 생체정보를 기반으로 접근해 200년간 감춰졌던 진짜 주인공을 밝혀낸 것이나 반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그림 ‘도비니의 정원’을 통해 분석하고 작가의 마음 속까지 진단한 것은 특히 흥미롭다.

‘법의예술학’ 접근으로 벌써 17권의 책을 낸 저자는 “‘법의관 검시제도’가 실시되고 있지 않는 나라에서 그나마 예술작품을 해부하는 것도 중요한 감정방법이 될 수 있음을 밝혀 억울한 입장에 처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밝혔다. 1만6,000원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